당초 반 총장은 올 연말 임기 종료에 즈음해 대선 출마 방침을 내놓을 것으로 점쳐졌다. 유력 대선 주자가 없는 새누리당은 20대 총선 참패 이후 한달여 내분으로 지도부 공백상태가 지속돼 식물정당으로 전락한 상태여서 당의 구심점이 될 강력한 리더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반 총장은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의 갈등을 틈타 대선 출마를 시사함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을 각인시키려 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오른쪽)이 25일 오후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견언론인모임인 관훈클럽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반 사무총장은 이 자리에서 내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시사했다. 제주=연합뉴스 |
그는 친박 대권후보설과 관련, “그런 것을 너무 확대해석해서 다른 방향으로 몰고가는 것은 제가 보기에도 기가 막힌다”고 반박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을 자주 만나냐고 하는데 이명박 대통령 때도 그랬고, 어느 대통령이건 다 했다”며 “(박 대통령을) 7번 만났다고 하는데 다 공개된 장소이고, 회의가 있어서 가니까 사진 찍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미국 유학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향을 상부에 보고했다는 논란에 대해 “솔직히 말도 안 되는 비판”이라며 “언론 비판을 보며 기가 막힌다는 생각을 한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당시 상황에 대해선 “총영사관에 적을 두고 있으며 정부 고급 귀빈들이 많이 오니까 제가 거의 명예 총영사 역할 비슷하게 했다”며 “대학신문에 난 것을 카피해 보냈고, 학생도 아니고 펠로로 있었기 때문에 그런 말을 들어서 보고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제가 정당이나 정치인을 위해서 한 것도 아니고 정부, 국가를 위해 있는 것을 관찰·보고한 것이고 개인 의견이 들어간 게 없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을 따라다니며 그런 것(동향 보고)을 한 게 아니다. 그런 것을 제가 보면 기가 막힌다”고 항변했다. 특히 “(저에게) 흠집을 내는 건데 제 인격에 비춰서 보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반 총장은 모두발언에서 “신문을 봤는데 자기들이 ‘많이 도와주겠다, 선거운동을 해주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국제사회에 이게 너무 커지니까 제 입장이 좀 난처해지는 수가 많다”며 “혹시 제가 초심을 버리고 다른 데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니냐, 저의 관심이 국내에 더 가 있는 것이 아니냐 이런 건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곤혹스런 심경을 표시했다.
그는 “지금 현재는 제가 맡은 소명을 성공적으로 맡다가 여러분에게 성공적으로 보고할 수 있는 게 바람직스러운 게 아니냐.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고맙겠다”고 거듭 당부했다.
제주=남상훈 기자 nsh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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