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서도 “본인이 결단” 지적 ‘어불성설’, ‘견강부회’, ‘목불인견’….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 것과 관련해 청와대가 19일 되레 이 감찰관을 공격하면서 우 수석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이자 시민·사회단체 등은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진보·보수가 따로 없었다. “대통령이 만든 제도를 대통령 스스로 부정하는 어처구니없는 일”, “나라 꼴이 대체 어떻게 돼 가는 거냐”, “이쯤 되면 막 가는 거다”며 개탄스럽다는 반응도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논평을 통해 “청와대의 특별감찰관제 흔들기는 본말을 전도하는 것으로,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우 수석 비호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최측근 비리에 의한 정치적 도덕성 훼손을 정권 흔들기로 치부하면서 부패행위를 감싸는 것은 정권에 대한 불신과 저항을 불러일으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박근용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청와대가 우 수석 문제를 물타기하려는 의도로, 이 감찰관을 공격하는 것”이라며 “청와대가 감찰관을 비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즉각 우 수석을 해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수 성향의 바른사회시민회의 이옥남 정치실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관련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도 결국은 우 수석 본인이 원인 제공을 한 것”이라며 “대통령을 보좌하는 고위 공직자에게 논란이 생긴 것 자체만으로도 진작에 본인이 결단을 내렸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정치학자인 양승함 전 연세대 교수는 “대통령의 친인척이나 측근 비리를 밝혀내기 위해 만든 특별감찰관을 오히려 청와대가 공개 비판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인가”라며 “청와대 내부적으로 뭔가 조율이 안 되고 불협화음을 내는 모습을 보면 나라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 김지미 변호사는 “청와대를 감찰 대상으로 하는 특별감찰관에 대해 청와대가 직접 의견 표명을 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더구나 이번 발표가 실질적인 수사지휘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고 우려했다. 시민들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직장인 박모(38)씨는 “민정수석이면 고급정보가 모이는 허브이자 권력기관을 움직이는 사람 아니냐”며 “본인이 수사받는 상황을 다 알 수도 있는 자리에 그대로 앉혀 두는 것도 이상한데, 우 수석을 오히려 감싸는 모습은 일반인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유태영·박진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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