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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학에서 스페인어과를 전공한 최슬기(29·여)씨는 3년째 멕시코에서 일하고 있다. 대학 3학년 때 중남미 현장학습 과정에 선발된 게 졸업 후 멕시코 취업까지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현장학습을 통해 멕시코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최씨는 한국에 돌아와서 어학원을 다니며 차근차근 멕시코 취업을 준비했다. 그 사이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주관한 해외취업 연수과정도 마쳤다. 장래비전과 적성 등을 고려한 최씨는 멕시코의 중견 제조업체에 관리부서에 취업할 수 있었다. 최씨는 “처음 회사에 들어왔을 때는 특히 언어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전문용어도 반복적으로 현지인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익혀나가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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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떠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잡 노마드(Job Nomad)’들이다. 이들이 해외 취업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은 무엇보다 ‘헬조선’이라 불리는 국내 청년 실업난 때문이다. 10%에 달하는 청년 실업률에서 드러나듯 국내에서는 대학을 나와도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현실이다. 하지만 이들이 해외취업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 비단 취업난 때문만은 아니다. 오씨처럼 국내에서 일을 하다 해외에서 재취업을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들은 더 나은 근로환경과 비전을 좇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싱가포르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한모(27)씨는 “취업에 성공한 후에도 상명하복식 기업문화나 잦은 야근 등으로 힘겨워하는 선배들을 많이 봤다”며 “취업이 전부인 게 아니라 취업 후에 삶을 생각한다면 해외에서 일자리를 찾는 것도 대안이 될 거라고 생각해 싱가포르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일자리를 찾는 국가가 다양해지는 추세다. 일본과 호주, 캐나다 등 전통적인 선호국뿐만 아니라 중국, 중남미 등 신흥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2013년 취업자는 17명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205명으로 증가했고, 중남미도 같은 기간 13명에서 41명으로 3배 넘게 늘었다.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K-Move 해외취업 박람회’에서 해외 업체와 구직자 간 면접이 이뤄지고 있다. |
정부도 해외취업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고용부의 해외취업 예산을 살펴보면 최근 5년간 2배 이상 증가했다. 고용부의 해외 연수, 알선, 인턴 사업 등에 투입된 예산은 2013년 225억100만원에서 2014년 237억2900만원, 2015년 379억3100만원, 2016년 409억9800만원으로 증가했다. 2017년에도 관련 예산 452억4800만원이 책정된 상태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연간 5000명 수준인 해외취업 인원을 1만명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해외취업의 질적 향상을 위한 관리 강화도 병행되고 있다. K-무브 스쿨은 3∼4개월의 단기과정에서 취업성과가 높은 6∼12개월의 장기과정 중심으로 개편된다. ‘스펙쌓기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해외인턴 대신 해외취업 지원을 늘려가고 있다. 정부의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전문직 해외취업이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고용부 사업을 통해 해외 취업한 2903명 가운데 관리·전문직 취업자는 41%(1188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3년(15.4%)에 비해 25.6%포인트 가량 증가한 수치다. 고용부 관계자는 “국내 취업이 어렵다고 무턱대고 해외취업에 도전하면 그만큼 실패할 확률이 높다”며 “해외여행을 떠날 때도 사전조사가 중요한 만큼 해외취업에 성공하려면 정부 기관에서 하는 멘토링 사업 등에 참여해 다양한 정보를 얻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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