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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관계장관회의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정책혼선 가중…컨트롤타워 실종
정책 혼선 논란이 커지자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유 부총리는 19일 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과 현대차 파업 여파로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되어온 휴대전화와 자동차 생산·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고 있다”면서 “개별기업의 일시적 손실이 더 큰 위험(리스크)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중심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대내외 위험 요인을 놓치지 않고 비상한 각오를 갖고 무겁게 점검해 나가겠다”며 “경제팀이 매주 회의를 갖고 현안에 대해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필요한 대책을 내놓겠다”고 강조했다.
유 부총리의 이 같은 인식은 이번 사태로 애를 먹고 있는 무주택 서민들의 체감과는 거리가 멀다. 여당인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 정책이 잘못된 진단과 처방이 지속되는 한, 그 폐해는 서민층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은 올 들어 경제팀의 고질병으로 자리매김한 듯한 인상이다. 상반기 조선·해운업 등 산업 구조조정 추진 때는 자본확충펀드 등 출자 과정을 두고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와 통화신용정책을 주관하는 한은이 지루한 기싸움을 벌였다. 이후 한진해운발 물류대란 대처 과정에서도 문제점은 좀처럼 개선되지 못한 채 정책 혼선은 되풀이됐다. 여소야대 정치 지형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관료들은 복지부동하고 부처 수장들은 리더십으로 이를 돌파하지 못하는 레임덕의 전형이다.
한국금융학회장을 지낸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는 “기재부나 청와대 경제수석은 요즘 잘 보이지 않고 뭘 하는지도 알기 어렵다”며 “시장의 반응에 따라 흔들리는 모습도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비판을 받더라도 책임을 질 것은 져야 하는데 그것을 안 하고 자꾸 위를 쳐다보는 의사결정 구조에 문제가 있다”며 “그러다 보니 배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사이 성장의 두 축인 내수와 수출의 동반 침체가 깊어지면서 민간 경제연구소를 중심으로 4분기 들어 우리 경제가 저성장 ‘쇼크’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와 투자 쪽에서 4분기에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갤럭시노트7 단종 여파를 빼더라도 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한경연은 전기 대비 기준으로 4분기 들어 -0.4%의 성장률을 기록, 올해 전체로는 경제성장률이 2.3%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정부(2.8%)와 한국은행(2.7%)의 전망치와 괴리가 큰 편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3분기 성적이 괜찮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3분기에 추가경정예산 집행 등 돈을 미리 당겨 쓴 측면이 있는 만큼 4분기는 3분기보다 어려울 것이고 정부가 할 수 있는 일도 많지 않다”고 밝혔다.
기업 구조조정 여파 등으로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데다 부채는 갈수록 불어난 여파로 올 1·2분기 가계의 평균소비성향은 역대 최저치를 연이어 경신했는데, 이런 추세가 하반기 내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4분기에는 청탁금지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농수축산업계와 레저스포츠업계, 외식업계의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염유섭 기자, 세종=이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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