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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전 비서관은 나아가 “정부 주요 인사는 내가 다 관여할 수밖에 없는 게 대장이 관저에 퇴근 후 나에게 개별 거론자에 대해 일일이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며 “내가 대장에게 한마디만 하면 (청와대) 수석 한둘쯤 날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고 정부 인사에 개입했음을 밝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국정농단 장본인 최순실측 인사로 분류되는 문고리들이 대통령과의 친분을 이용해 국정운영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을 뿐 아니라 각종 인사에도 개입한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12일 세계일보 특별취재팀이 비선 실세의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정윤회 문건’(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작성)의 초안 성격인 ‘시중여론’을 분석한 결과 안 전 비서관은 “지금 청와대에 들어오려면 나를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는 그러면서 “민정(수석실)에서 조응천(전 공직기강비서관)이가 검증한다고 해도 대장께 최종 확인은 내가 받는다”며 “각 수석들이 자기들이 올린 사람에 대해 나에게 일찍 해달라… 어떻게 돼가느냐 등을 물어보면서 내 앞에서는 눈치만 보고 슬슬 긴다”고 덧붙였다.
조 전 비서관도 2014년 11월 세계일보 기자와 만나 “안봉근(전 비서관)이 술을 얻어먹고 다닌다는 그런 소문이나 최근 VIP(대통령)와 관련한 사적인 내용을 얘기한다는 소문이 있었다”며 문건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문고리들은 인사에도 광범위하게 개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안 전 비서관은 ‘시중여론’에서 “VIP께서 (오후) 6시가 되면 관저로 이동하는데 그때부터 중요한 인사 등에 대해 저에게 물으시고 저는 관저에서 종합적인 의견을 건의한다”며 인사에 개입했다고 말한 것으로 적시됐다.
2014년 1월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의혹을 담은 이른바 ‘정윤회 문건’을 만들고 보고한 당시 청와대 공직기관비서관실의 조응천(왼쪽) 비서관과 박관천 행정관(오른쪽). |
이재만 전 비서관도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이 위원장인 인사위원회에 참여해 “위원장이 ‘이 자리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은 어떤가’ 하는 것을 물어보면 답하곤 했다”며 인사에 관여했다고 조 전 비서관은 증언했다.
문고리들은 총선 공천에도 관여했음을 과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비서관은 “○○○이는 내가 배지를 달아 줬다”며 “내가 마음만 먹으면 3, 4명쯤은 대장께 이야기할 수 있고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주는 것 문제도 아니다”고 한 발언이 시중여론에 적시돼 있다.
조 전 비서관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안봉근 등과 회의를 자주 하는데 안봉근이 회의에 늦을 때가 있어 ‘왜 늦었느냐’고 물어보면 ‘최(순실) 여사가 오늘 유독 말을 많이 했고 주문이 많았다’는 식으로 이야기했고 ‘최순실이 관저에서 자고 가는 일도 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특별취재팀은 문건 내용과 조 전 비서관의 발언을 확인하기 위해 안, 이 전 비서관에게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특별취재팀=김용출·이천종·조병욱·박영준 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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