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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Sports] 매너도 의리도 반듯… ‘그린의 모범생’ 리디아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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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16 22:11:55 수정 : 2017-04-11 16: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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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오고 있는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9·한국명 고보경)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경기가 안 풀리더라도 좀처럼 얼굴을 찌푸리지 않는다. 늘 웃고 긍정적인 마인드다. 그래서 많은 팬들이 붙는가 보다. 2015년 10월 이후 73주 연속 세계랭킹 1위다. 비록 160cm에 불과한 단신이고 호쾌한 장타를 뿜어내지 못하지만 한결같은 정교한 샷에다가 강한 멘털을 갖춰 오랫동안 ‘골프 여제’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것이다.
리디아 고와 아버지.
증권사 간부 출신인 아버지와 중학교 영어교사 출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둘째딸로 태어난 리디아 고는 예의바르고 남에 대한 배려를 잘하기로 유명하다. 지난해 8월 116년 만에 여자골프가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리우올림픽에서 챔피언조에서 함께 경기한 박인비(29)가 금메달을 따내자 승자에 대한 진심어린 축하와 함께 박인비의 남편에게도 축하를 건네는가 하면, 9월엔 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전인지(23)가 우승했을 때에는 자신이 특별 주문한 고급 샴페인을 터뜨려주기도 했다. 승자에게는 축하를, 패자에게는 격려를 해주는 이러한 습관은 어려서부터 엄격한 유교적인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말을 유창하게 할 뿐만 아니라 한글맞춤법도 놀랄 정도로 정확하다. 국적만 뉴질랜드일 뿐 한국인인 셈이다. 시즌을 마치면 매년 서울에 두달가량 머물기도 한다.

그가 뉴질랜드 국적을 지키고 있는 것은 의리와 신의 때문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6살 때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난 리디아 고는 뉴질랜드 골프협회와 정부 등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현재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몇몇 선수들은 뉴질랜드에서 선수생활하며 도움을 받았지만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헌신짝 내팽개치듯 뉴질랜드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 국적을 택했다. 하지만 리디아 고는 자신에게 도움을 준 뉴질랜드의 은혜를 저버리지 않았고, 뉴질랜드 국기를 달고 리우올림픽에 출전해 은메달을 획득했다. 오히려 리디아 고는 선배들 때문에 반사적 피해를 보기도 했지만 내색을 하지 않는다.

어렸을 적 딸의 스윙 교습 때 늘 옆에 있던 아버지는 리디아 고의 스윙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리고 머나먼 이국 땅에서 강렬한 애정으로 리디아 고를 교육시킨 주인공이다. 리디아 고가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데에는 아버지의 헌신이 절대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리디아 고는 아버지를 가장 존경하고 애절해하며, 아버지라는 단어에 눈시울을 붉히고 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한국의 골프대디와는 달리 리디아 고의 라운딩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리디아 고는 11살 때 뉴질랜드 아마추어 메이저대회를 평정해 ‘천재 골프소녀’로 불렸다. 될 성 부른 떡잎이었다. 그는 아마추어로서 2012년과 2013년 캐나디언 여자오픈을 2연패한 뒤 큐스쿨을 거치지 않고 LPGA 투어에 입성했다. 2015년에는 투어 5승에 올해의 선수상과 상금랭킹 1위에 올랐고, 지난해엔 4승을 거두며 통산 14승째를 기록했다. 리디아 고는 지난해 용품 계약을 할 때에도 지난 3년간 후원해준 의리를 중시해 캘러웨이와 재계약을 추진했지만 결국에는 PXG와 5년간 1000만달러(약 12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계약을 했다. 클럽뿐 아니라 캐디와 스윙코치를 바꾼 리디아 고는 지난겨울 그 어느 시즌보다 유독 많은 땀을 흘렸다. 클럽, 캐디, 코치까지 다 바꾼 그가 주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다음달 24일이면 만 스무살이 되는 리디아 고는 모든 걸 바꿨다고 해서 걱정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기대가 된다고 어른스럽게 말한다. 최근 LPGA 2개 투어에서 톱10에 든 리디아 고는 올 시즌도 자신의 해로 만들 것임이 자명하다.

박병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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