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랜덤채팅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하면 10분도 되지 않아 이 같은 내용의 쪽지 수십개를 받게 된다. 외모와 액수를 제시하며 성매매를 유도하는 것들이다. 메시지는 ‘여성’ 회원이 보낸 것으로 전달되지만 사실은 ‘사이버 포주’로 불리는 남성이 보내는 게 대부분이다. 랜덤채팅 앱이 조직적인 성매매의 루트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가입을 위해 생년월일 등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고 대화명과 지역, 나이만 입력하면 되는 랜덤채팅 앱의 특성을 활용한 것. 일부 랜텀채팅 앱은 성관계를 의미하는 속어나 ‘원나잇’, ‘엔조이’ 등 성매매를 연상시키는 단어로 애플리케이션 마켓에서 거래되고 있다.
회사원 이모(32)씨는 “성매매뿐만 아니라 ‘간단’이라 불리는 유사성행위까지 형태도 다양해졌다”고 경험담을 털어 놨다.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랜터채팅 앱이 성매매의 온상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성인인증 등의 개인정보 확인 없이 가입이 가능하다 보니 청소년들도 랜덤채팅을 통해 성매매에 노출될 수 있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24일 여성가족부가 2014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성매매 조장 또는 혐의가 있는 스마트폰 채팅앱은 717개나 됐다. 이 중 분석 가능한 182개 앱을 조사한 결과 성인 인증을 요구하는 앱은 64개(35.2%)뿐이었다. 이 때문에 청소년 성매매에서 랜덤채팅 앱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여가부와 경찰청이 지난 2월 랜덤채팅을 통한 청소년 성매매를 단속해 알선 업주 58명과 성매수 남성 114명을 검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별도의 개인정보 없이 회원가입이 가능하다 보니 단속에 한계가 있다. 개인 연락처를 교환하지 않는 이상 성 매수자를 특정하기 어렵고 성매매 현장을 적발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랜덤채팅 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사후 심의를 하고 있지만 성매매를 연상시키는 단어만으로 게시자 제재나 게시글 삭제가 힘든 실정이다.
방심위 관계자는 “대놓고 성매매 관련 내용을 홍보하는 것에 대해서는 규제가 가능하지만 일일이 모든 대화내용을 살펴볼 수 없어 앱 자체를 규제하는 것은 힘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입력하게 하고 랜덤채팅 앱 자체를 ‘청소년 유해 매체’로 지정하면 청소년이 직접적으로 성매매에 노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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