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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미의영화산책] 나무를 심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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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08 23:53:41 수정 : 2017-07-31 14: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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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지역에 따라 크기는 달랐지만 탁구공만 한 우박이 떨어져 우리를 놀라게 했다. 미세먼지 때문에 기후변화에 대한 걱정도 많은데 여름 우박까지 이를 보태고 있다. 여름 우박은 대기가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상승기류와 비구름에 의해 생성돼 내린다고 하며 특별한 현상은 아니라고 한다. 문제는 이상기후변화가 보다 범위를 넓혀 심해지고 잦아졌다는 데 있다.

기후변화는 현 시대의 가장 큰 이슈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여러 사회경제분야 정책결정자들은 지역 및 국가 규모에서의 기후변화에 대한 완화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국제적 공조가 필수적이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그런데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원인과 대책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고 있다. 현실보다 앞서 환경재난을 그린 영화를 통해 위기를 재인식하고, 해결을 조금 더 앞당기는 인식의 전환을 꾀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환경재난 영화는 여러 이상기후변화 요소에 따라 다양하다. 국내 1000만 관객을 동원한 공상과학(SF) 영화 ‘인터스텔라’(감독 크리스토퍼 놀런)에서는 흙먼지가 끊임없이 날아오는 기상이변으로 인해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으로 가려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영화 초반, 주인공 브랜드 교수(마이클 케인 분)는 심각한 모래폭풍으로 인해 지구의 작물이 멸종하고 병충해의 확산으로 지구의 산소가 희박해져 인간이 거주하지 못하는 환경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인류의 유지를 위해 지구와 환경이 비슷한 행성을 찾아다니면서 발생되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극적 강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킨다는 점에서 봤을 때는 좋은 영화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인류의 태도로는 바람직하지 않다. 지구가 살기 어려워졌다고 다른 행성으로 간다는 발상 자체로 볼 때 그러하다.

그런데 이와는 다른 태도를 보이는 영화도 있다. 국내에서 고작 1000명도 관람하지 않은 ‘경계’(감독 장률)에서는 몽골의 초원이 사막화되면서 황사발원지가 되는 기후변화 속에서도 나무를 심어 초원을 보호하려는 사람들이 나온다. 영화는 주인공 항가이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이 사막화가 진행된 모래벌판에 나무를 심지만, 황사가 불어와 심은 나무를 깡그리 휩쓸고 지나가 다시 사막으로 변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마을사람들은 사막화가 심해지는 땅을 버리고 이주하지만, 항가이는 바람에 쓰러진 나무를 세우고, 묵묵히 계속해서 묘목을 심는다. 살기 어려운 지구를 버리고 다른 행성으로 떠나는 ‘인터스텔라’와는 달리 ‘경계’에서는 그러한 지구를 껴안고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돋보인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특권적 지위를 부정하고 인간을 자연 안에 위치시키고 있다. 인간이 문명을 발전시킨 결과 자연과 문명이 서로에 대해 폭력적이고 전제적인 관계가 되어 서로를 파괴하는 재난이 일어나게 되었지만, 니체가 말한 해결책, 즉 자연을 인간과 하나라고 보는 인식의 전환을 바탕으로 한 실천이 수반된다면 이상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나를 버릴 수 없듯이 지구도 버릴 수 없지 않은가.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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