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게임체인저가 된다는 말은 그것이 미국과 중국의 대외정책에 영향을 미치며 ‘미·일동맹과 중·러 전략적 제휴 간의 대결’로 요약되는 동북아 신냉전을 악화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북·미관계에서는 미국의 안보정책과 동맹정책에 변화를 강요하며, 한반도에서는 안보불안을 증폭시키고 남북관계를 왜곡시킬 것이다. 게임체인저로서의 북핵과 미사일이 무게감을 더해 갈수록 한국의 안보는 시련을 겪을 것이며, 이미 가시화된 미국의 ‘코리아패싱’(Korea Passing·한국 배제)과 중국의 ‘코리아배싱’(Korea Bashing·한국 때리기) 현상도 그중 하나다.
김태우 건양대 교수·전 통일연구원장 |
북한의 ICBM 파워는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제공하는 방위공약과 핵우산을 약화시키는 역할도 할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이 미국의 아시아 군사기지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이 되면 미국 국민은 “동맹국을 돕기 위해 우리의 아들과 딸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한반도로 보내져야 하는가”를 물을 것이며, 미 본토가 실제로 위협받는다면 “북한의 전쟁도발을 응징하기 위해 워싱턴과 로스앤젤레스를 희생시켜야 하는가”를 묻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말해, 대안을 찾을 수만 있다면 한·미동맹이 이완되고 ‘한국 배제’가 가시화되더라도 절망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당장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중국은 북한의 동맹국이고 북한은 한국의 주된 안보위협이다. 이런 구도에서는 아무리 중국에 공을 들이더라도 중국이 한국의 안보를 담보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며, 현실적으로는 미국의 ‘한국 배제’가 노골화될수록 중국의 ‘한국 때리기’는 심해질 것이다. 중국은 대국굴기(大國?起·큰 나라가 일어선다)를 위해 미국과 패권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그래서 북핵의 경제적·외교적 부담이라는 측면보다는 미·일을 견제해 주는 전략적 자산이라는 측면을 더 중시해 북한에 대한 치명적인 제재를 거부하며, 미국과 ‘작은 냉전’을 벌이고 있는 푸틴의 러시아도 이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라는 ‘빌미’가 주어지자 곧바로 ‘한국 때리기’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며, 한·미 간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더욱 잔인하게 나올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한국의 정책결정자들은 안보질서의 변화추이를 꿰뚫어 보면서 현실적 대안을 찾아야 하며, 비현실적이거나 순진한 발상과는 결별해야 한다. 사드 보복은 전임 정부가 외교를 잘못해서 발생한 일이므로 줄타기 외교를 잘하면 중단시킬 수 있다고 믿거나 설득과 민족적 접근으로 북핵을 포기시킬 수 있다고 믿는 순진함은 더 심한 ‘한국 배제’와 ‘한국 때리기’를 자초하게 될 것이다. 그보다 지금 지렛대가 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라도 거머잡고 가야 한다. 지금은 탈원전, 전작권 전환, 군병력 감축, 복무기간 단축 등을 거론할 시기가 아니다.
김태우 건양대 교수·전 통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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