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전세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스마트폰 사용자의 위치 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 드러나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힘입은 구글은 국내 디지털 광고시장을 독식하고 있으나, 이에 반해 토종 기업들은 역차별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안드로이드 OS의 점유율이 80%가 넘어 구글이 대다수 국민의 개인정보를 사용하고 있는 현실이지만, 이를 우리 국민이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국내 법이 있지만, 구글은 본사가 있는 미국의 법을 국내법보다 우선 적용받기 때문이다.
국내 법 집행력이 닿지 않는 사례는 많다. 2014년 국내 시민단체들이 자신의 개인정보 활용 내역을 구글에 요구했으나 올해 초 2심 판결에서 미국 법에서 비공개를 의무화한 것을 뺀 내용만 공개 가능하다고 결론이 났다. 구글이 스트리트뷰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국내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했을 때도, 구글은 미국법을 우선해 따른다는 이유로 경찰, 검찰, 방송통신위에 조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에서는 국내 IT기업의 발목만 잡는 ‘역차별’ 법안이 논의 중이다. 대표적인 역차별 법안은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대표 발의한 ‘뉴노멀법’이다.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위원회에서 이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노멀법’이라 일컫는 법률 개정안들은 국가가 허가해준 사업자만이 사업을 영위하는 통신이나 방송 영역에 대한 의무를 국경 없는 경쟁이 일어나는 인터넷 포털과 같은 부가통신사업자에게도 적용하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규제의 대상이 되는 부가통신사업자를 지정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부가통신사업을 하는 기업의 매출이 공개되어야 하는데, 해당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의 매출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구글코리아는 실질적인 업무를 주관하고 있지 않아 해당 법이 구글코리아를 대상으로 집행된다면, 구글이 국내에서 가져가는 매출의 극히 일부만이 밝혀지는 것뿐이다. 그렇다고 미국 법에 우선 적용받는 구글 본사를 대상으로 법을 집행하기도 어렵고, 억지로 법을 집행할 경우 한미FTA 등에 따른 국제 통상 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다.
결국 국내 기업의 발목만 잡는 새로운 규제만 늘어나는 셈이다.
새로운 규제를 만들기에 앞서 해외 사업자가 국내에서 일으키는 매출액을 파악하는 실질적인 조사가 우선이라는 의견도 있다.
개인정보보호법학회 김민호 회장은 "국내 사용자도 구글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며 “국내 기업에만 피해가 가는 역차별 법안을 새로 만들기 보다는 기존 규제에 대한 법 집행력 확보가 정말 시급한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이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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