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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미의영화산책] 불은 축복인가 불행의 씨앗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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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2-29 22:46:02 수정 : 2017-12-29 22:4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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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사고 이후에는 피해를 키운 이유에 대해 밝혀진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이후 또 수원 공사현장 화재 사건을 접하게 되니,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제천 화재에서는 2층 여성 사우나 비상구 통로가 화재 당시 철제 선반에 가려져 있었다는 것과 2층 통유리부터 깨고 바로 인명을 구조했어야 되는 것 아니냐는 화재진압 문제도 부각됐다.

108층 초고층 주상복합빌딩 타워스카이에서 벌어진 대형 화재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타워’(감독 김지훈)는 화재가 나기 전부터 지닌 문제를 제시한다. 먼저 60층 레스토랑 주방에서 작은 불이 나자, 시설관리 팀장인 ‘대호’(김상경)는 스프링클러 작동 부실 문제를 발견한다. 그는 60층 이상에서 스프링클러 배관 연결에 물이 감지되지 않는 원인이 상가 공간을 늘리기 위해 기둥 안에 있던 배관을 외벽으로 모두 뺐던 탓임을 발견하게 된다. 그가 빌딩외벽으로 달려가 보니 배관이 얼어붙어서 스프링클러에 물이 공급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고, 실장에게 배관공사를 다시 할 때까지 소화기를 늘려야 한다고 보고한다. 그러나 실장은 바쁜 것 안 보이냐면서 당장 진행할 크리스마스 파티 준비나 하라고 역정을 낸다.

이어 건물주(차인표)는 헬기를 빌딩 주변에 돌게 해 크리스마스이브 파티 분위기를 띄우겠다는 계획을 하고 있지만, 빌딩 상층에 난기류에 의한 돌풍이 불 수 있어서 헬기 착륙 승인이 나지 않게 된다. 그러나 건물주는 인맥으로 승인을 받고 밤하늘을 수놓는 헬기 쇼 계획을 무리하게 강행한다. 난기류에 휘말린 헬리콥터는 하필 스프링클러가 작동되지 않는 60층 건물 유리창에 부딪치게 되면서 대형사고가 시작된다. 화기가 많은 식당에 불이 붙고, 가연성 물질과 가스배관, 엘리베이터를 타고 불은 순식간에 빌딩 상층부로 확산된다. 또한 60층 식당가에 사람들이 고립돼 있음에도 건물주는 방화벽을 내려 갇힌 사람을 희생시키면서 건물을 살리고자 한다. 그와는 반대로 비번인데도 출동한 소방대장 영기(설경구)는 화재진압에 위험을 무릅쓴 투혼과 빠른 판단으로 사람을 살리고, 자신은 희생하는 모습을 보인다.

신화속 제우스는 불이 인간의 손에 넘어가면 위험한 상황이 초래되리라는 것을 염려해 금하고 있었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는 불씨를 숨겨 인간에게 건네주었다. 두 얼굴을 가진 불은 우리에게 축복일수도 불행의 씨앗일 수도 있는 것이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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