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혼밥’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됐다. 독거노인뿐만 아니라 여러 사정으로 1인 가구가 늘어나는 탓에 혼자 밥을 먹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혼밥 고객을 타깃으로 삼는 식당도 많아졌다. 혼자 먹으니 식사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우려해,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같이 모여 재료 준비부터 음식을 만들고 함께 먹는 소셜다이닝 문화가 크게 확산하고 있다.

2012년 시작된 소셜다이닝 ‘집밥’ 사이트에서는 ‘같이 밥 먹을 사람 찾아요’라는 글을 올리면 희망자들이 댓글을 다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낯선 사람과 음식을 나눠 먹고 즐기는 문화를 칭하는 신조어 킨포크(kinfolk)라는 명칭까지 생겨났다.

일본 영화 ‘심야식당’(감독 마쓰오카 조지)은 일본에서만 240만 부 이상이 판매된 아베 야로의 만화가 원작이다. 드라마와 뮤지컬로도 제작된 바 있고, 영화도 2편까지 개봉됐다. 이 심야식당은 화려한 도심의 뒷골목에 있고, 특이하게도 늦은 밤 12시부터 오전 7시까지 영업하는 가게다. 뭔가 사연이 있음 직한 눈 주위에 깊은 칼자국을 지닌 주인 마스터(고바야시 가오루)는 주 메뉴인 돼지고기 된장 정식 외에 재료가 있으면 손님이 원하는 음식을 요리해 준다. 손님들은 자신의 추억과 사연이 담긴 요리를 앞에 두고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각자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자주 식당을 찾다 보니 서로의 사연을 궁금해하기도 하고 상처를 치유해주는 사이로 심지어 연인 사이로 진전되기도 한다. 게이바의 사장, 스트립 클럽의 스트리퍼, 야쿠자 등 식당을 찾는 사람은 사회에서 밀려난 사람이 대부분이다.

1편에서는 식당에서 손님이 두고 간 유골함이 발견되고 마스터가 이것을 들고 근처 파출소의 경관 고구레(오다기리 조)를 찾아가는 이야기가 미스터리하게 진행된다. 2편에서는 단골손님은 같고 각기 가슴 아픈 특별한 사연들로 풀어간다.

함께 먹으면서 외로운 혼밥족을 위로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지만, 가족에게 위로받지 못하는 현대인의 초상을 보는 것 같아 한쪽으로는 씁쓸한 마음이 든다. 영화 ‘비열한 거리’(감독 이창동)에서 병두(조인성)의 명대사가 문득 생각난다. “식구가 뭐여? 이렇게 다 같이 모여서 밥 먹는 게 식구여.”

올 한해 밥을 같이 먹는 식구와 따스한 식사를 자주 하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문가영 '부드러운 미소'
  • 문가영 '부드러운 미소'
  • 트리플에스 VV 린 '강렬한 눈빛'
  • 박지현 '순백의 여신'
  • 김민주 '청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