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염두에 두고 우진이를 수영선수로 설정한 건 아니에요. 제가 캐스팅 1순위가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뭐 어때요. 이제 제 영화인데.”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언론시사 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소지섭은 ‘쿨한 고백’으로 기자들을 놀라게 했다. 줄 수 있는 게 마음밖에 없는 남자 우진을 기대 이상으로 소화해 그의 ‘인생캐릭터’라는 말까지 나온 터였다. 일본판에서 전직 육상선수였던 남자주인공이 한국판에서는 수영선수로 바뀌어 ‘처음부터 소지섭을 생각한 각색이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많았다.
이장훈 감독에게 확인하자 “1순위가 아니었다기 보다 지섭씨가 여러 후보군 중 한명이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수아 역에 손예진씨를 먼저 확정한 상황에서 그와 이미지가 어울리는 남자 배우를 고민했다”며 “예진씨에게 의견을 물으니 지섭씨를 추천하더라. 한번 고사했고 이후 다시 함께하기로 결정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처음 우진 역을 거절한 이유에 대해 소지섭은 “아빠인 나를 상상하기 어려워서 처음엔 거절했지만 생각할수록 탐나는 캐릭터였다”고 말했다.
일본판 영화의 남자주인공 타쿠미는 늘 맥없는 표정과 과한 순박함에 종종 바보처럼 보이기도 한다. 일본판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팬들은 대표적 몸짱 배우이자 ‘반항기’의 대명사인 소지섭이 몸도 마음도 약한 남자주인공에 낙점된 데 우려가 큰 상황이었다.
그는 타쿠미의 순박함에 허당기와 귀여움을 더한 우진을 탄생시켜 이 같은 걱정을 날렸다. 한층 밝아진 캐릭터들의 조화로 영화는 일본판의 잔잔한 느낌 보다 원작 소설의 유쾌함에 가까워졌다.
나이 마흔을 넘긴 미혼 배우이기에 소지섭 인터뷰에는 수년째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결혼을 ‘남의 얘기’처럼 하던 그가 이번 인터뷰에선 다른 태도를 보였다.
아내를 향한 순애보와 아들에 지극 정성인 아버지를 연기하면서 “결혼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는 것. 그는 극중 아들인 김지환과 친해지기 위해 카메라 뒤에서도 서로 “아빠”와 “아들”로 불렀고 부자처럼 스킨십을 많이 하며 놀았다. 촬영장에 자주 놀러온 이장훈 감독 가족의 화목한 모습도 영향을 미쳤다.
극중 수아는 우진과 결혼해 지호를 낳고 행복하게 살지만 일찍 죽게 되는 자신의 미래를 알면서도 우진과 결혼한다. 그런데 만일 미리 본 미래에 아이가 없었더라도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한 의견을 묻자 소지섭은 잠시 생각한 뒤 단호히 답했다.
“저라면 선택할 거예요. 결혼하고 아이가 생겨도 언제나 1순위는 와이프이고 싶거든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개봉일인 14일부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16일까지 누적관객수 32만여명으로 순항 중이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