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쿠팡과 위메프, 티몬 국내 이커머스 3사의 2017년도 감사보고서가 공개됐다. 이 감사보고서를 종합해보면 3사 모두 매출은 늘었고, 쿠팡을 제외하면 적자폭도 다소 줄어 실적이 개선된 성적표를 내놓았다.
하지만 이 성적표를 깊숙이 들여다보면, 늘어난 매출과 줄어든 손실에도 저마다 일정 수준의 온도 차를 보였다. 3사 감사보고서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해봤다.
◆빠르고 편한 로켓배송 자랑하는 쿠팡, '계획된 적자' 언제까지?
'로켓배송' 등으로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으면서 늘 화제를 몰고 다니는 쿠팡은 이번에도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엄청난 적자와 또 한번의 대규모 투자 유치 때문이다. 쿠팡은 지난 3년간 소프트뱅크 등 여러 투자사로부터 받은 1조원이 넘는 막대한 투자금을 활용, 온라인 기반의 유통회사로서는 이례적으로 오프라인 물류센터 및 배송망을 수직 계열화했다.
로켓배송으로 일컫어지는 직매입 구조는 쿠팡 매출의 90%에 달한다. 이런 직접 물류화는 사업 초기 업계에 선풍적인 바람을 불러일으켰으나 3년 연속 5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 누적적자만 1조7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3년간 1억7000억원의 누적적자에 대해 앞서 쿠팡은 "더 큰 성장을 위한 계획된 적자이며, 자금수혈을 통해 앞으로 경영에도 문제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실제 이커머스와 투자 업계에서는 쿠팡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다. 쿠팡의 주장과 달리 외부의 냉정한 의문에 힘이 실리는 이유는 투자 실익 때문이다.
쿠팡이 지난 3년간 물류 부문에 상당한 투자를 했지만, 과연 투자 대비 의미 있는 성과를 올렸느냐 하는 점이다. 2017년도 쿠팡의 매출은 2조6846억원으로 매머드급이다. 단순히 매출 숫자로만 따지면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 1위다.
실제 이커머스 업계의 시장점유율로 살펴보면 결과는 사뭇 다르다. 약 90조원으로 추산되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차지하는 쿠팡의 시장점유율은 약 5% 남짓이다. 1위는 시장점유율 10%가 좀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베이코리아 G마켓이다. 지마켓의 2017년도 거래액은 10조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위는 11번가, 3위는 옥션 순으로 각각 8조~9조원, 6조~7조원의 거래액이 될 것으로 업계에선 추정하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우선 자사는 중개거래를 중심으로 사업을 하는 회사가 아닌, 대형마트처럼 리테일사업을 벌이는 회사다. 거래액 기준으로 외형을 성장시키려고 했다면 자사는 지금보다 훨씬 빨리 성장할 수 있었다"며 "자사는 고객 주문이 부족해 성장하지 못하는 게 아닌 고객 주문이 너무 빨리 늘어나는데 이를 하루만에 배송할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해 성장을 더 빨리 못하는 회사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를 급격히 늘리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적자가 단기간에 커보이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쿠팡의 거래액은 4조원 중반에서 5조원 초반으로 추정된다. 쿠팡의 거래액은 감사보고서에 기록된 직매입 매출인 2조4500억에 위탁판매 거래액을 더하면, 그 규모를 유추할 있다. 쿠팡의 2017년도 위탁판매 매출인 수수료 매출은 2200억원 수준인데 업계 평균 수수료가 매출의 10% 수준이라 위탁판매 매출의 약 10배를 거래액으로 보면 2조2000억원이다. 직매입 매출 2조45000억원을 더하면 4조6000억원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이처럼 쿠팡의 회계매출과 업계에서 보고 있는 시장점유율 간의 차이는 쿠팡이 직매입 위주의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다른 이커머스 업체의 회계매출은 1만원짜리 상품을 판매했을 때 수수료가 1000원이면 1000원만 잡히지만, 쿠팡은 1만원이 모두 매출로 잡힌다. 이 때문에 쿠팡의 감사보고서상 2조6000억원대 매출은 외관상 상당히 커보이지만, 실질 시장점유율을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3년간 천문학적인 투자금액 대비 실제 시장점유율은 3%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의 물류 투자 가성비(효율)는 미래 확장될 시장점유율까지 고려해야 보다 정확한 평가를 내릴 수 있으나, 현재로서는 가성비가 높지 않은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미래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 이유는 지난 3년간 매년 5000억원 이상의 투자가 물류 자동화나 인프라 등 장치에 대한 투자가 아닌, 대부분 인건비로 소진됐기 때문이다. 즉, 자산으로 쌓이지 않는 소모적인 비효율적인 투자라고 보는 것이다.
쿠팡 관계자는 "이는 자동화나 인프라 투자다. 자사는 일반마트의 약 100배 수준의 상품 가짓수를 보유하고 있으며, 재고자산도 이번달 기준 약 4000억원 수준"이라며 "이 많은 상품이 하루에도 100만건 이상 주문이 들어오고 있는데, 자정 전까지 취합된 주문을 다음날까지 배송하는 배경에는 자동화한 물류시스템과 소프트웨어, 전국 54개 물류네트워크 인프라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투자규모를 고려했을 때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 안 된다"고 설명했다.
보통 물류센터의 자동화나 로봇 활용에는 거대한 자금과 기술력이 들어가 주요 글로벌 유통사들은 이를 혁신의 척도로 삼고, 이에 천문학적인 투자금을 쏟아붓는다. 하지만 국내는 해외 대비 물동량 편차나 상품 구색수(SKU)의 변동성, 고빈도 상품 비중이 상대적 높은 이유 등으로 물류자동화에 있어 아직까진 미국 아마존과 같은 효율과 효과를 동시에 찾은 혁신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쿠팡 측은 "자사는 미국 아마존 못지않은 효율과 효과를 보이고 있다. 물류자동화 설비를 자사 수준으로 구비한 국내에 전혀 없다"며 "아마존의 물류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움직인다. 단순히 1:1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자사 물류시스템이 그나마 아마존 시스템과 가장 가깝게 고도화된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현실적으로 이마트와 같은 대형 유통기업이 상대적으로 높은 자동화를 했다고 해도 최소 100여 명의 인원이 투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이커머스는 아직 부분 자동화 및 경험 축적에 따른 프로세스와 실질 운영 노하우를 통해 물류 운영에서 효율성의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쿠팡의 물류투자는 물류센터 자동화에 대한 자산성 투자도 아닌, 물류센터 운영에 대한 반(半)자동화나 프로세스 셋업이나 운영 노하우 측면에서 부족한 상황이다. 매년 5000억 이상의 투자금이 대부분이 로켓배송이라는 라스트마일 배송 인건비 및 운영비에 소진되고 있다.
현재 쿠팡은 △인천시 △경기 이천시 덕평 △경기 광주시 △서울 장지동 △경북 칠곡 △충남 천안 등에 11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은 물류센터는 100~200명, 큰 곳은 300여 명이 넘는 인원이 일을 하고 있으며, 3교대로 일을 하고 있어 하루 투입인력은 4000~50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도급회사를 통해서 운영하는 인력이다. 직접 고용하고 있는 쿠팡맨은 3500여 명으로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맨 연봉은 45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업계에 알려졌다. 단순 계산해도 쿠팡맨 급여로만 한달에 140억원이 들어간다. 여기에 물류센터 운영비용과 본사 직원 인건비 등을 따졌을 때 매달 최소 400억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은 규모 대비 물류센터의 자동화율이 낮고, 인력 중심의 수동형 인건비 위주로 운영되고 있어 물동량이 늘어날수록 비용이 커지는 비효율적인 고비용 구조"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비용 구조때문에 업계에서는 쿠팡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 물류운영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올해 받았다는 4000억원의 투자도 모두 연말까지 소진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쿠팡 측은 "자사는 앞으로도 좋은 품질의 상품 셀렉션을 끊임없이 확대할 계획"이라며 "빠르고 편한 로켓배송과 결합해 스트레스 없는 최고의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장' '손실 감소' 두 마리 토끼 다 잡은 위메프…지속 가능성이 변수
올해 3사 가운데 가장 먼저 감사보고서를 공시한 위메프는 '성장'과 '손실감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년동기 매출은 28% 늘어나면서 적자폭을 34% 줄인 비교적 양호한 성적표를 내놨다. 감사보고서상으로는 3사 중 가장 개선된 실적을 내놓았다. 실제 위메프는 지난해 특가 딜을 내세우는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자를 움직이는데 성공했다. 2016년도 상반기만 해도 업계에서는 위메프가 계속 사업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론이 적지 않았던 것과 비교해보면 드라마틱한 반전을 연출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성장의 핵심이 최저가 프로모션의 성공이었던 것 외에 다른 차별화 서비스가 없는 게 향후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는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격만 내세우는 판매 전략은 유통업에서 가장 빠르게 매출 규모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이긴 하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어내는 게 결코 쉽지만은 않다는 것.
물론 이같은 리스크를 해소하고 위메프만의 미래 차별화 서비스를 확보한다면, 지금의 평가보다 훨씬 더 강한 회사가 될 수 있다는 긍정론도 있다.
위메프 관계자는 "기존 타 유통 채널의 파트너간 경쟁에 의하거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단순 가격 책정이 아닌, MD가 파트너와 함께 상품 판매 사이클(주기)을 활용한 가격전략이라는 측면에서 경쟁우위를 갖고 있다"며 "앞으로도 낭비없는 고(高)성장을 실현하며, 커머스 관점의 신사업 확장 등을 통해 강한 기업으로서 시장을 리드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자동화, 효율화 제고에 총력 기울인 티몬…과거의 영광 되찾을 수 있을까?
티몬은 '몬스터딜', '빠르면 싸다', '만원의 행복' 등의 효율적인 기획전, 미디어커머스 등을 통해 하반기 45% 성장을 이끌어 내면서 전년대비 35% 성장과 함께 24%의 손실 감소라는 성과를 거뒀다. 티몬 측은 "(성장과 함께 손실을 줄일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다양한 파트너에 적합한 여러 모바일 매장들을 만들어 기존 소셜커머스 외의 파트너들의 참여도 늘어날 수 있는 기반을 만든 부분을 통해 큐레이션 커머스가 다시 경쟁력을 찾았고, 슈퍼마트 및 투어 같은 차별화 서비스의 고도화와 함께 다시 경쟁력을 찾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티몬이 차별화 서비스로 내세우고 있는 슈퍼마트의 물류투자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티몬은 물류센터를 직접 운영하지만, 배송은 롯데택배에 전담배송이라는 방식으로 외주를 주는 다른 방식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전담택배를 롯데택배에 맡기고 위탁 서비스를 하는 방식은 티몬이 고비용 구조를 가져가지 않으려는 전략 중 하나로 보인다. 택배사에 위탁해 상품을 배송하는 방법이 오랜 경험과 시행착오를 거쳐 만들어진 '최적의 배송가격'이라는 것이다. 자체 물류시스템을 기반으로 무료 직배송을 할 경우 배송비는 인건비와 유류비 등으로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원조 소셜커머스 티몬이 상당히 많은 기회를 잃어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새로운 도전을 장려하고, 실패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벤처문화가 초기에는 상당한 경쟁력이었으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오히려 독이 됐다는 것이다. 가지고 있는 역량 이상으로 너무 많은 일을 추진, 한때 1위였던 티몬이 현재 하위권으로 추락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대표이사 교체 이후 수익성이 낮은 사업에 과감하게 메스를 대고, 커머스에 핵심 역량을 집중해 매출이 상승하고 있어 기존 문제를 되풀이할지, 아니면 이를 극복하고 예전의 영광을 되찾을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도 있다.
쿠팡, 위메프, 티몬은 소셜커머스라는 사업모델로 각각 2010년에 5월, 9월, 11월에 사업을 시작했지만 현재 상반된 전략을 취하는 회사가 됐다.
쿠팡은 직매입 중심에 오픈마켓을 가미한 커머스기업으로 성장했고, 위메프는 특가 중심의 큐레이션 커머스기업이 됐다. 티몬은 온라인 마트 비즈니스에 투어, 미디어커머스 등의 전략으로 쇼핑포탈을 지향하고 있다. 올해 이들은 각기 다른 전략과 방향을 제시하면서 '총성없는 전쟁'을 벌일 것으로 보여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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