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열린 드론클래쉬 대회에서 드론들이 철장이 쳐진 경기장 안을 박진감 넘치는 속도로 날아다니고 있다. 퓨스포 제공 |
21세기 들어 이런 ‘공’의 역할을 대체할 문물로 단연 드론이 꼽힌다. 단순한 기계장치에 불과하지만 기존의 여러 종목과 결합해 빠른 속도로 새로운 스포츠를 완성해가고 있다. 심지어 일부 종목은 이미 스포츠산업화를 향한 리그 구성을 진행 중이다.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는 드론을 활용한 수많은 스포츠 종목을 즐기게 된다.
◆빠르게 스포츠화되는 드론 산업
가장 활발하게 스포츠화되고 있는 것은 드론격투다. 로봇들의 격투기를 다룬 영화 ‘리얼 스틸’처럼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일들이 드론을 매개체로 눈앞에 이루어졌다. 이 가운데 드론 충돌 격투경기인 ‘드론클래쉬’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정규 리그인 ‘드론클래쉬 히어로즈’로 발전했다. 지난해 10월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쇼케이스를 시작으로 10월 수원, 11월 서울, 올해 1월 부산, 3월 과천 등에서 4번의 정규대회를 치러냈다.
지난달 수원에서 열린 ‘KT 5G 드론레이싱 리그’ 참가자들이 드론을 조종하고 있다. KT 제공 |
◆세계 곳곳에서 초대형 이벤트… 낚시, 축구 등 발전 가능성도 무궁무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드론의 스포츠화는 해외에선 이미 익숙한 풍경이다. 어엿한 스포츠리그로 자리 잡은 대회들이 여럿이다. 이 중 2015년 세계 최초 공식 드론레이싱 대회로 출범한 ‘드론 레이싱 리그( DRL: The Drone Racing League)’는 유수의 글로벌 기업이 후원하는 중량급 리그로 성장했다. 미국 ESPN, 영국 스카이TV 등 세계적인 스포츠미디어들도 DRL을 적극 지원 중이다. 최근에는 글로벌 자동차기업인 BMW와 손잡고 고성능 드론 공동개발에도 나섰다.
DRL의 인기 비결은 관람객이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 역동적 장면을 실제로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리그에 참가하는 드론에는 카메라가 장착돼있고 관람객은 VR 헤드셋을 착용해 드론 카메라가 찍은 영상을 함께 보며 드론의 움직임을 가상으로 경험한다. 최근 급속히 일반화되고 있는 FPV(1인칭 시점) 드론의 역동적 움직임을 관객이 대리체험하는 것이다.
월드 드론 프릭스 트랙 |
드론격투도 이미 몇 년 전부터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미국에서 열리는 ‘게임 오브 드론(Games of Drone)’은 두 대의 드론이 격돌해 3번 바닥에 떨어지면 패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격투기로, 2013년 시작돼 인기몰이 중이다. 전 세계 수백명의 선수들이 참가해 실력을 겨루는 대회로 성장한 ‘게임 오브 드론’은 ASL(Aerial Sports League)이라는 정규리그로까지 발전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이외에도 북미와 유럽에는 다수의 드론레이싱, 드론격투 리그들이 마니아들을 포섭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드론낚시, 드론축구, 드론역도 등 드론을 이용한 다양한 게임이 개발되고 정규 스포츠 이벤트로 진화 중이다. 드론이라는 작은 기계장치가 인간의 창의성을 만나 새로운 스포츠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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