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은 국제법적으로 이스라엘 땅이 아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점령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유엔은 1947년 11월 예루살렘을 ‘특별한 국제체제’ 아래에 놓았다. 유대인과 아랍, 어느 쪽의 영토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수차례 전쟁을 치러 예루살렘을 점령한 이스라엘은 1980년 7월 수도로 선언하고 법을 통과시켰다. 유엔 안보리가 결의안을 채택, 이스라엘 법률이 무효라고 제지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를 관할지역으로 삼고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헌법상 수도도 예루살렘이다. 이러니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제법이 예루살렘을 특정국가 영토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각국은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이스라엘땅인 텔아비브에 두고 있었다. 미국은 이러한 관행을 거부한 것이다. 트럼프는 국제법과 국제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밀어붙였다. 그동안 이스라엘 로비에 끙끙 앓던 다른 나라들도 대사관을 이전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스라엘은 국방부를 제외한 모든 정부기구를 예루살렘에 옮겨놓았다. 예루살렘은 고불고불한 길을 따라 기어올라가야 하는 돌산인 데다 한쪽 사면에는 종교적으로 형성된 거대한 공동묘지가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곳을 차지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70년간 피를 흘리고 있다. 그 결과를 보면 국제 질서는 법과 도덕보다는 힘과 강자의 의지에 따라 만들어진다는 게 다시 한번 확인됐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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