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은 2016년 탈북 종업원 의사를 확인하겠다면서 법원에 인신보호법상 구제청구를 한 적이 있다. 당시 탈북 종업원들이 이 요구에 따랐다면 법정에서 자진 탈북인지 아닌지를 명시적으로 말해야 했을 것이다. “북한 가족의 목숨을 내놓든지, 본인 목숨을 내놓으라”는 협박이 따로 없다. 민변이 재점화에 나선 것은 사회 기류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종편 방송의 의혹 제기나 통일부의 석연찮은 태도만이 아니다.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 6명 송환 등 현안을 풀기 위해 맞교환 카드를 검토하는 물밑 흐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번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실향민과 탈북자, 연평도 주민 등 언제 포격이 올까 불안해하던 분들도 오늘 우리 만남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탈북자를 ‘반역자’로 점찍던 폭압적 체제의 지도자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뉘앙스로 말을 바꾼 것이다. 북한 속내가 어떻든 3만 탈북자는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이다. 그런데 자유의 품에 안긴 탈북자를 흔들지 못해 안달하는 기류가 우리 내부에 꿈틀거린다. 이 무슨 역설인가.
1997년 탈북한 김태희 부산 탈북연대 실행위원은 최근 소셜미디어에 “만약 제가 북한에 끌려가서 자발적인 것처럼 기자회견을 하는 일이 생겼어도 자발적인 것이 아니니 저에 대한 구출 운동을 해 달라”는 동영상을 올렸다. 2008년 탈북한 주부 박모씨는 “(북으로 끌려갈 걱정에) 밤에도 한 시간 이상 연속해서 잠을 자 본 적이 없다”고 호소했다. 그들에게 덮친 북송 공포가 얼마나 무서우면 이런 절규가 나왔겠는가.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목발을 짚고 탈북한 지성호씨를 초청해 그의 영웅적 행위를 설명하며 “희망의 상징”이라고 했던 장면을 똑똑히 기억한다. 지씨뿐 아니라 목숨을 걸고 자유의 대한민국을 찾은 3만 탈북자 모두가 영웅이자 희망의 상징이다. 지금 일부 진보세력과 정부의 무책임한 행동이 그런 영웅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부끄럽고 참담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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