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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위·장인은 왜 감기약 필로폰 제조 5차례나 실패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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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29 07:30:00 수정 : 2018-05-28 23:4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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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동안 2만2000명분 제조, 원가 수백만원 날리고 결국 철창신세 / 사위 “일확천금에 눈멀어 장인에게 불효, 죄송하다” 감기약 추출물로 2만여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의 필로폰을 제조했다가 검찰에 적발돼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사위와 장인은 왜 정상적인 필로폰 제조에 실패했을까? 검찰 조사 결과 필로폰 전과가 한 차례도 없는 이들이 왜 상당한 기술력을 필요로하는 마약류 제조에 손을 댔는지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미국 드라마 속 내용처럼 감기약에서 추출한 원료로 필로폰을 제조해 판매하려던 장인과 사위가 검찰에 붙잡혔다.

부산지검 강력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전직 제약회사 직원인 A(40) 씨와 판매책 B(45) 씨를 구속기소 하고 A씨 장인인 C(55) 씨와 판매책 공범 D(35) 씨를 불구속기소 했다고 28일 밝혔다.

필로폰 제조공장으로 변한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소재 기계공장. 부산지검 제공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월부터 3개월간에 걸쳐 장인 C씨가 운영하는 서울의 한 공장에 제조장비를 차리고 필로폰 원료인 슈도에페드린이 함유된 감기약과 각종 화학약품을 이용해 필로폰처럼 생긴 백색 가루 660g를 제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B, D씨는 A씨가 제조한 유사 필로폰 380g을 판매하려 한 혐의다.

제약회사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A씨는 감기약에 필로폰 원료인 '슈도에페드린 염산염'이 소량 함유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공장을 운영하는 장인 C씨와 필로폰을 만들어 큰돈을 벌기로 지난 2월 초 의기투합했다.

A씨가 제약회사 근무 때 가지고 있던 감기약과 함께 A, C 씨는 평소 친분이 있는 약국 네다섯 군데를 돌며 한 번에 최대 1000정 등 150만원을 들여 모두 7200정의 감기약을 구할 수 있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약사회가 일선 약국에 슈도에페드린 제재가 포함된 감기약을 최대 3일분까지만 판매하도록 지시한 권고사항은 있으나 마나였다.

A씨는 장인의 공장에 각종 화학약품, 가열·정제 기구, 건조기 등을 갖춘 뒤 3개월 동안 4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드디어 5번째 만에 감기약에서 필로폰 원료를 추출해 외형상 필로폰과 똑같은 백색 가루 660g을 제조했다.

이는 1회 필로폰 투약분 0.03g 기준, 2만2000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필로폰을 대신 판매해주겠다고 연락한 B, D씨는 A씨에게서 넘겨받은 백색 가루 380g을 부산에서 4000만원에 팔려다가 정보를 입수하고 대기 중이던 검찰 수사관에게 체포됐고 A, C 씨도 뒤이어 검거됐다.

이들은 실패한 4차례 필로폰 소량 제조 때도 환각 효능이 있을 것으로 믿고 부산 등 영남지역에서 판매에 나섰다가 모두 실패했다.

이런 와중에 검찰 수사팀이 정보를 입수하게 된 것이다.

검찰이 5차례에 걸쳐 개발한 필로폰을 모두 압수, 분석해보니 실제로는 필로폰 성분인 메스암페타민이 전혀 검출되지 않은 가짜로 판명됐다.

검찰은 A씨가 필로폰 원료 추출은 성공했으나 정제기술이 떨어져 실제 효능이 있는 필로폰을 만드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위 A씨는 검찰에서 “일확천금에 눈이 멀어 장인까지 끌어들인 게 너무 죄송스럽다”며 “필로폰 제조가 위법인 것은 알지만 일이 이렇게 커질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장동철 부산지검 강력부장은 “이번에 적발된 사위와 장인은 마약 전과가 없는 일반인들인데, 단기간에 큰돈을 벌려는 욕심으로 감기약 필로폰 제조에 나선 경우”라며 “만약 이들이 제조에 성공했다면 우리 사회에 필로폰이 더 쉽게 확산하게 될 뻔했다”고 밝혔다.

장 강력부장은 이어 “이들이 시도한 방법은 인터넷에 찾을 수 있어 모방범죄가 우려된다”며 “앞으로는 식약처 등 관계기관이 약국의 감기약 대량 판매를 규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2013년 종영된 미국의 한 케이블 채널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Breaking Bad)’는 말기 암 진단을 받은 고등학교 화학 교사가 가족 생계를 위해 필로폰을 만들어 파는 이야기를 다뤄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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