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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초대석]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개방형 혁신 통해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 대전환 이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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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07 18:37:03 수정 : 2018-08-07 18:3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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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저성장·양극화’ 韓경제의 엄연한 현실/ 기업들은 계열사와 폐쇄적 혁신 치중/ 끊어진 교류 이어야 투자·인수 활성화/
취임초 기술탈취 근절 노력도 일맥상통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빈틈없는 지원책을 준비해 놓았으니 정부를 믿어주면 좋겠습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세계일보 사옥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최근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소상공인 반발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강력 추진 중인 국면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대변인 역할을 해야 하는 중기부 수장의 간절함이 묻어났다.

공교롭게도 인터뷰가 진행된 날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시간당 8350원으로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고시했다. 그간 재심의를 요구했던 소상공인단체는 즉각 유감성명을 내고 대대적인 거리 투쟁을 예고했다. 홍 장관은 기존 최저임금 인상분 이상의 추가 부담에 대해선 100% 지원한다는 정부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문재인정부 들어 장관급으로 승격한 중기부가 이런 소방수 역할만 하는 건 아니다. 지지부진한 한국경제의 거대한 전환을 위해 마중물을 대야 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게 홍 장관의 설명이었다. 그는 그 전환의 방향으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강조했다. 다음은 홍 장관과의 일문일답. 

-중기부 초대 장관으로서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역사적 책무를 맡았다 생각한다. 나는 한국경제가 지난 30년간 쇠락해 왔다고 진단한다. 이 흐름을 바꾸지 못하면 한국경제는 영영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 증상이 바로 저성장과 양극화다. 이건 여야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경제가 처한 엄연한 현실이다. 현재 미국 경제는 1990년대 이후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정보기술(IT) 기업이 등장하고 성장하는 형태로 나타난 혁신의 붐에 많은 부분을 빚지고 있다. 이 변화가 없었다면 지금의 미국은 없었을 것이다. 우리도 90년대 미국처럼 대대적인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전환은 지금까지 우리가 시도했던 방법으론 도달할 수 없다. 다른 결과를 기대한다면 다른 방식으로 일해야 한다. 그 새로운 방식 중 하나가 바로 중소기업 중심 경제이고, 그걸 실천하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출범했다. 이런 부처를 이끌게 됐으니 막중한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 중심 경제는 이전부터 계속 추진해 온 게 아닌가.

“그 방법이 다르다. 그건 이전과 다른 문제 인식에서 나온다. 전 문제만 제대로 파악하면 절반은 해결된 거라 믿는다. 한국경제가 위기라는 걸 보여주는 증거는 두 가지다. 그 첫째는 지난 20년간 한국엔 새로운 대기업이 등장하지 않았다. 이 기간 가장 크게 몸집을 키운 게 네이버다. 반면 중국은 알리페이나 샤오미 등이 등장했다. 미국은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있다. 이 기업들은 삼성전자를 앞선다. 우리 문제는 이런 기업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는 거다. 둘째는 기업 인수합병이 활발하지 않다는 거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미국 5대 IT 기업들은 지난 5년간 400개 이상 기업을 인수했다. 전 세계 모바일 기기 운영체제를 장악하고 있는 안드로이드도 초기엔 당시 휴대전화 강국이던 한국 기업과 시너지를 내는 작업을 도모하려 했다. 그러나 우리 기업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구글이 그 안드로이드를 샀고 잭팟을 터뜨렸다. 여기에 한국경제의 길이 있다. 개방형 혁신, 바로 오픈이노베이션이 그 길이다. 우리 대기업은 다 세계 최고의 혁신기업이다. 반도체, 자동차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혁신성을 가지고 있는 게 이들 기업이다. 그러나 그 혁신성은 폐쇄적이다. 자기 계열사와 하도급업체라는 범위 안에서만 혁신할 뿐이다. 저는 이걸 뚫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존 한계를 벗어나 새로운 기업과 생각과 기술을 교류해야 한다. 교류는 대기업의 투자나 인수를 견인한다. 그렇게 흘러들어온 돈이 다시 이 기업, 저 기업으로 흘러들어가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다.”

-정부 부처가 뚫어준다고 대기업이 따라올까.

“대기업은 이미 조금씩 이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인수합병을 진행하고 사내벤처도 활발하다. 현대자동차도 오픈이노베이션센터를 전 세계에 열기 시작했다. 오픈이노베이션의 필요성은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계 전반이 동시다발로 느끼고 있다. 대기업이 이 방향으로 적극 투자하도록 중기부는 적극 지원하고 독려할 수 있다. 제가 취임 초 신경을 썼던 기술탈취 근절도 이런 흐름 형성을 위한 것이었다. 그간 우리 대기업은 일감 주는 업체에 기술 자료를 요구하는 나쁜 관행을 묵인했다. 그러니 잠재력 있는 기술을 지닌 업체가 있어도 인수합병을 진행할 필요가 없었고, 창업기업은 이런 환경을 벗어나 해외로 나가려고 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이런 관행만 해소해도 오픈이노베이션이 활발해질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 강행으로 소상공인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다.

“우리가 그 취지를 다시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주요 대선주자 모두 최저임금 만원을 공약을 내세웠다. 그건 서민경제에 돈이 돌게 하기 위해서였다. 고착화된 양극화로 서민경제에 돈줄이 막혔다. 그걸 푸는 게 우리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이다. 전 이걸 ‘서민지갑빵빵론’이라고 부른다. 서민 지갑을 우선 채운다는 거다. 그 과정에서 이전 대비 높은 최저임금 인상분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 부담이 되면 안 된다는 것 또한 우리의 확고한 원칙이다. 그 부담은 정부 지원이 분명히 채워줄 것이다. 올해만 일자리안정자금 3조원, 사회보험료 1조원 등 총 5조원이 서민경제에 직접 투입된다. 이걸로 채워지지 않는 빈틈이 있다면 저희한테 편히 얘기해 달라고 현장에도 말씀드리고 있다.”

-정부 지원이 무한정일 순 없는 것 아닌가.

“서민경제 지원은 마중물이다. 서민 지갑이 빵빵해지는 만큼 그 돈이 소상공인을 포함한 서민경제에 돌아야 한다. 임금이 올라서 물건을 더 사는 식으로 말이다. 가장 이상적인 건 임금이 늘어난 만큼 소상공인 매출도 늘어나는 것이다. 노동자가 늘어난 임금을 가지고 대형마트에 가서 돈을 써버리면 소상공인 입장에선 수혜를 누릴 수 없다. 제가 얘기하는 건 서민경제는 공동운명체라는 거다. 현재 소상공인 어려움에 대해 임금 노동자가 눈을 감으면 서민경제 전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공동운명체라는 걸 적극 인식해서 소상공인 제품을 적극 사면 좋겠다. 중기부도 이런 순환이 원활하게 일어나도록 공영홈쇼핑에서 소상공인 제품을 적극 팔게 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최근 활발히 준비가 진행 중인 ‘제로페이’도 새는 돈 없이 서민경제 내 순환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없애기 위한 새 결제수단을 도입하는 건데 최저임금 인상분이 적용되는 내년이면 본격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마트도 소상공인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 중 하나다.

“저희는 소상공인 생존을 위협하는 대형마트 난립을 강력하게 억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운영 중이다. 최근 대형마트와 달리 영업규제를 받지 않는 다이소, 이케아 등 전문매장에 대해서도 규제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제가 가장 바람직하게 보는 건 자율적인 상생이다. 다이소 같은 경우 올해 초 전통보존구역 출점 자제, 취급품목 조정 등 상생계획을 발표했다. 우리 부가 개점 연기를 권고했지만 오픈을 강행한 유진기업의 서울 금천구 내 건자재유통 전문매장의 경우도 주변 소상공인과 상생협약 마련을 위한 작업이 계속 진행 중인 걸로 안다. 중기부는 당사자 간 자발적인 상생노력을 적극 지원할 것이다. 규제는 이 노력을 돕기 위한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세계일보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경제 전환의 방향으로서 ‘오픈이노베이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중기부의 ‘아무말 대잔치’가 관가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아무말 대잔치는 중기부 내 익명 게시판 이름이다. 여기서 직원들이 자유롭게 혁신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피드백을 듣는다. 실제 주말간부회의를 평일로 옮기고 대내 문서의 경우 형식보다 내용에 집중할 수 있도록 ‘원클릭 줄이기 보고서’ 양식을 도입하는 업무 변화가 이뤄졌다. 우리 경쟁 상대는 구글이다, 구글이 어떻게 생각하고 움직이는지 확인하자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건 바로 내부에서 다양한 제안이 끝없이 이뤄지는 학습조직으로 우리 부처를 바꾸겠다는 거였다. 우리 부 소속 공무원 입장에선 굉장히 힘들 것이다. 외청에서 부처급으로 승격했기 때문에 맡은 일이 급격히 늘어난 상황에서, 내가 장관으로 와서 구글처럼 일을 하자고 하니까.(웃음) 다음 대표를 지내셨던 석종훈 창업벤처혁신실장이 있는데, 중기부에 혁신기업의 문화를 적극 이식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니 석 실장이 본인 방을 카페처럼 꾸미고 다트대회를 열면서 직원이 편히 오갈 수 있게 했다. 저는 이런 변화를 독려하고 있다. 중기부가 우리 정부 전체의 혁신을 이끄는 부서가 돼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다.”

대담=주춘렬 산업부장
정리=김승환 기자

홍종학 장관은…

●1959년 인천 ●인천 제물포고 ●연세대 경제학과 ●연세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경제학 박사 ●가천대학교 글로벌경제학과 교수(1992∼2016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의연구소장(2009∼2011년) ●19대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19대 대통령선거 대책본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 1분과 자문위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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