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고용노동부의 첫 타깃으로 주목을 받았던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사태 당시에 정부 관계자는 물론 노동계 관계자까지 상황을 살펴보며 혀를 내두르기 바빴다.
보통 아웃소싱은 원청과 하청 간의 계약으로 이뤄지지만, 파리바게뜨 사례의 경우에는 원청(SPC)과 하청(협력업체) 외에 원청과 계약한 가맹점주, 하청과 계약한 제빵기사들이 얽힌 4자 구조였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지난해 9월 이 구조를 불법파견으로 규정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제빵기사가 협력업체와 고용계약을 맺었지만, 실질적인 업무지시를 원청으로부터 받는 부분이 주된 이유였다. 근로자에 대해 협력업체가 독립적으로 업무지시를 내리는 파견근로가 아닌 원청이 실질적인 업무지시를 내리는 ‘위장 도급(불법파견)’, 다시 말해 고용은 했지만 책임은 지지 않는 구조에 대해 제동을 건 것이었다.
이에 대해 ‘정부가 프랜차이즈산업을 옥죈다’는 등 여러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아웃소싱이 본격 확산한 외환위기 이후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정부에서 조치를 취한 것이었다. 전문가들은 산업 현장에서 아웃소싱을 비롯한 여러 여건이 실시간으로 변해갈 뿐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고용계약이 증가하는 데에도 정부의 관리·감독, 제도적 뒷받침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부분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등에서도 알 수 있듯 아웃소싱은 그간 경영기법의 일환으로 이뤄지고 발전해왔고, 산업 현장 곳곳에서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법체계 차원의 규율은 제대로 뒤따르지 못했다. 규제 없이 폭주해온 현시점의 아웃소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견제 없이 자가발전한 아웃소싱
지난해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사태가 일단락된 데에는 정부의 역할이 가장 컸던 것으로 평가된다. 고용노동부가 그간 고용 형태를 불법파견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린 것에 대해 끝까지 원칙을 지킨 것이다. 파리바게뜨 측과 노동계, 시민사회단체 등 8자 간 협의가 잘 이뤄진 것도 있었지만 이번 사태 만큼은 정부가 심판으로서 일관된 룰을 유지했다. 당시 협상에 참여했던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는 “당시에 정부가 이례적이라 할 만큼 일관된 원칙을 유지했다”며 “이는 협상의 진행 과정에서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안 초반에는 파리바게뜨 측이 각종 법정소송을 불사하며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 수백억원의 과징금과 기업이미지 손상 등 여러 요인이 있었겠지만, 과거 수십 년간 정부와의 관계를 살펴보면 이해 못 할 것만은 아니었다.
고용부 등에 따르면 파리바게뜨 측이 1990년대 말부터 최근까지 고용부를 비롯한 산업자원부, 재정경제부(당시 이름), 보건복지부 등 정부 부처로부터 10여 차례 포상을 받았다. ‘노사문화 우수’를 비롯해 ‘일자리 창출 유공’, ‘통계 생산성 우수’등 포상 사유도 다양했다.
정부의 응원을 바탕으로 파리바게뜨는 국내 프랜차이즈의 모범사례로서의 입지를 굳혀갔다. 2016년 기준으로 국내 매장은 330여곳, 해외 매장은 중국 190곳을 비롯해 총 250여곳에 이를 정도로 사세를 확장해갔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우수기업이나 모범 프랜차이즈 등의 타이틀에 익숙해 있던 기업이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불법파견 기업’의 선두주자로 낙인이 찍혔으니 해당 기업 입장에서 매우 당황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바게뜨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기업들은 수십 년간 여러 경영 기법을 도입하며 경영 혁신에 매진해왔다. 그러나 새로 도입되는 경영 기법에 대한 정부의 관리·지원이나 제도적 뒷받침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아웃소싱 또한 법적인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산업현장의 해석에 따라 기준이나 의미의 해석이 제각각이다. 법정 다툼으로 가더라도 해결이 쉽지 않은 이유다.
◆계약업체 변경 통한 쉬운 해고
아웃소싱은 외부의 전문성을 활용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주된 목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인건비 절감에만 초점이 맞춰져 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대표적인 경우가 장기간 상시적으로 지속하는 업무임에도 1∼2년 단위로 계약업체를 변경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최저가 입찰’은 필수다.
원청의 입장에서는 비용을 줄이고, 필요에 따라 계약을 바꿀 수 있는 등 여러 장점이 있다. 인력을 제공하는 협력업체 입장에서도 근로자만 수급된다면 나쁘지 않다. 협력업체 소속의 근로자는 단기 계약에 목을 매야 하는 만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생산성 또한 끌어올리기 어렵다.
아웃소싱으로 인한 근로관계의 종료와 관계된 법적 문제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법리에 따른다. 이는 근로기준법(제24조)에도 명시돼 있다.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기 위해서는 △긴박한 경영상 사유 △회고 회피를 위한 노력 △공정하고 합리적인 해고대상자 선정 과정 △근로자 대표와의 성실한 협의의 네 가지 요건을 명시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네 가지 중 해고 회피를 위한 노력을 중심으로 해고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또 근로관계에 대해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고 다른 재산법상 권리·의무와 같은 차원의 거래대상으로 삼다 보니 한 사업체(원청)가 새로운 사업자(협력업체)와 새로운 조직으로 교체하면 해고제한의 법리를 피할 수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체 변경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사업 유지 여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또 경영상 이유에 대한 해고의 네 가지 요건을 엄격히 판단하도록 해 모두를 충족할 경우에만 정당한 해고로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아웃소싱 과정에서 원청과 하청 외 근로자 입장도 고려해야
그렇다면 해외 선진국의 상황은 어떠할까.
유럽연합의 경우 유럽공동체 형성 이후 국가 간 무역장벽을 해소하고 공동 시장을 구성하면서 합병이나 인수, 아웃소싱 등 여러 경영 방식의 변화에 마주하게 됐다. 이에 따라 1977년과 1998년, 2001년에 사업이전 및 근로관계 승계에 대한 입법지침을 마련했다.
1977년 입법지침에서는 사업이전에 따라 원칙적으로 근로관계가 승계되도록 명시하면서 근로자 대표에 정보접근권과 협의권을 부여했다. 구체적으로는 사측과 근로자집단과의 성실한 협의, 정보 제공, 임금에 대한 연대책임, 고용·단체협약 승계 등 근로자의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방지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1998년 지침에서는 기업 도산이나 일부 영업의 이전에 따른 근로관계에 대한 부분을 추가로 규정하는 등 1977년 지침을 더 구체화했다. 근로자 대표에 대한 정보제공의 경우 사전 정보 제공의 예정일, 근로자 대표가 선임되지 않을 경우 개별 근로자에 대한 정보제공 등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담았다.
2001년 지침에서는 회원국의 입법적 조치와 그 효력의 발생 시기 등 법적 절차를 명시했다. 이 모든 보완 과정의 취지는 아웃소싱 사업체 소속 근로자의 고용불안 및 근로조건에 불이익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1977년 유럽의 입법지침을 받아들인 영국은 1981년부터 20년 넘는 기간 동안 아웃소싱 업체 변경에 따른 고용승계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또 영국은 2007년 지침을 통해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아웃소싱 업체 변경 과정에서도 고용보호 명령이 적용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보다도 더 포괄적인 근로자 보호가 가능해졌다.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의 입장과는 관계 없이 원청과 협력업체 간 계약에 치중해 근로 승계를 부인하는 우리나라와는 분명히 다른 흐름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상시·지속 업무에 종사하는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후 여러 차원의 노력이 진행됐지만 공공부문에서도 보건의료업을 중심으로 일부만 논의되는 수준이라는 비판도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정흥준 부연구위원은 “최근 정부가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인소싱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전반적인 대책이나 기준이 법적 기준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개별기관 및 사례별로 이뤄지고 있다”며 “비법규적 정책 구현은 그 방향이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에 전반적인 아웃소싱을 규율하는 원칙·체계를 마련하기에 앞서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인소싱에 대한 법적 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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