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차 오가고 여름 바지선 운항/교량 없어 콜리마대로 제기능 못해/강 유역에 은·운모 등 지하자원 풍부/
자원 개발 위해 한디가 마을 만들어 니즈니베스탸흐에서는 사하공화국 남쪽 네륜그리로 이어지는 연방도로 A360 ‘레나’와 동남쪽 암가로 이어지는 연방도로 R502, 동쪽 마가단으로 이어지는 연방도로 R504 ‘콜리마’ 등 3개의 연방도로가 교차한다. 사하공화국 교통과 물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다.
1년 만에 다시 찾은 니즈니베스탸흐엔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섰고, 길에 더 많은 사람이 오가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이날 약 419㎞ 떨어진 한디가까지 가야 했다. 한디가로 가려면 알단강을 건너야 하는데, 자동차를 싣고 알단강을 건너는 바지선 운행은 일몰 전 끝난다. 많은 비가 내려 자동차가 속도를 낼 수 없는 지점들이 있어 알단강 포구까지 가능한 한 서둘러 가야 한다. 당일 중으로 알단강을 건너지 못하면 한디가에서 마가단까지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 만일을 대비해 식수를 비롯한 많은 식품을 구입해 차에 실었다.
사하공화국의 민속축제인 ‘으스아흐 축제’와 국제 마유주 축제 등 대규모 행사가 개최되는 ‘메기노-알단’ 마을 민속축제장. |
야쿠트 민속학에 큰 공헌을 한 프세볼로드 이오노프 부부가 살았던 작은 통나무집. |
빨리 식사를 마치고 다시 길을 나선다. 한 시간 만에 80㎞를 달려 오후 3시쯤 ‘으틱큐욜’에 도착했다. 어느새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가는 길에 잠시 멈추어 19세기 말 ‘야쿠티야’로 유형 와서 야쿠트 민속학에 큰 공헌을 한 프세볼로드 이오노프 부부가 살았던 작은 통나무집을 보았다. 이오노프의 부인 마리야는 야쿠트인이었는데, 그녀는 야쿠트 여성 최초의 학자가 되었다. 이오노프 부부는 기숙학교를 만들어 야쿠트인 아동을 가르치기도 했다. 제정 러시아 말기 시베리아에 유형된 러시아와 폴란드 지식인들이 서양식 교육을 전파했고, 그들의 교육을 받은 현지인들이 시베리아의 사회주의 혁명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이다.
외국에 가보지 못한 마을 사람들을 위해 만든 메기노-알단 마을의 에펠탑. |
‘메기노-알단’ 마을의 인구는 약 1000명이며, 젖과 고기를 얻기 위한 가축사육이 주수입원이다. 알단강변의 마을은 입구에 세워진 표지부터 이색적이다. 마을 전체가 다양한 색깔로 채색돼 전체적으로 깔끔하다. ‘에펠탑’은 마을 중간에 서 있다. 외국에 가보지 못한 마을 사람들을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깔끔하게 정리된 드넓은 풀밭에 만들어진 민속축제장도 이색적이다. 사하공화국의 민속축제인 ‘으스아흐 축제’와 국제 마유주 축제 등 대규모 행사가 개최되는 곳이다. 넓은 풀밭 위에서 수천명의 원주민이 모여 수일에 걸쳐 민요를 부르며 민속춤을 추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일 것이다.
아무런 표지도 없는 알단강 포구 한쪽에는 모래를 가득 실은 준설선과 여러 대의 차를 실은 바지선이 정박해 있었다. 스타노보이 산맥 북부에서 발원해 레나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알단강은 길이가 2273㎞이고 유량이 러시아에서 여섯 번째로 많다. ‘알단’이라는 말은 퉁구스어가 기원으로 ‘물고기’, ‘봄철에 물고기가 모이는 지점’, ‘철’, ‘은’ 등 다양한 의미가 있다. 알단강 유역에는 은과 광물인 운모 등이 있고, 알단강에는 철갑상어가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지선에 차량을 싣고 조금 지나자 배가 출발했다. 40분 정도 지나서 건너편 강변에 도착했다. 숙소 멀지 않은 곳에서 기계 굉음이 들려와 가까이 가보았다. 철책 안에 철도 객차 4대가 나란히 서있었고, 굉음은 그곳에서 나오고 있었다. 간판에는 ‘한디가 디젤 발전소’라고 적혀 있었다. 한디가는 1980년대부터 추랍차-한디가 고압송전선을 통해 전력이 공급되고 있다. 철도 객차를 활용한 디젤 발전소 2곳이 운영되고 있다. 기술적인 이유로 외부에서 전력이 공급되지 못하면 이 디젤 발전소의 전력을 사용한다.
한디가는 1938년 알단강에 설치된 포구와 1939년 알단강에서 오이먀콘까지의 도로 건설을 위해 조성된 마을이다.
김민수 한국외국어대 러시아연구소 교수 |
한디가는 현재 인구 약 6000명의 소도시지만, 학생 수 460명의 광산전문대가 있어 광산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지역이다. 한디가 역사향토박물관에는 자원개발과 도로 건설을 목적으로 조성된 도시인 한디가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각종 광물 샘플, 자원 개발 및 도로 건설과 관련된 것들이 주로 전시돼 있다. 수형자들의 살과 뼈로 건설된 콜리마 대로를 탐사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김민수 한국외국어대 러시아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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