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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허수경 타계…92년 독일行,고고학 박사논문 쓰며 만난 獨 지도교수와 결혼

입력 : 2018-10-04 13:45:09 수정 : 2018-10-04 13:5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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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말기암으로 투병 중이던 허수경(사진) 시인이 3일 향년 54세 나이로 타계한 가운데, 고인이 독일행을 택한 후 고대동방고고학 박사학위를 받게 된 과정에 네티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4일 출판사 난다의 김민정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허수경 시인이 한국시간 어제(3일) 저녁 7시50분에 돌아가셨다"고 밝혔다.

허수경 시인은 1964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1987년 문학계간지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등단 이듬해인 1988년 시집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로 크게 주목 받았다. 1992년 ‘혼자 가는 먼 집’을 낸 후 독일 유학길에 올랐다. 

독일로 건너간 허 시인은 뮌스터대학에서 고대동방고고학을 공부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에서 박사 논문을 쓰던 중 2005년 논문 지도교수인 현지인과 결혼했으며 이후 독일에 계속 체류했다.

허 시인은 2011년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하며 10년만에 고국을 찾았다며 인터뷰를 했고, 독일로 떠난 이유를 설명했다.

허 시인은 "아버지가 한 5년간 암 투병하다가 돌아가셨다. 그러자 아버지를 치료하는 의무로부터 벗어났다. 그러다보니까 굉장한 허탈감 같은 것이 들더라"라며 "5년 동안 아버지이시기도 하니까 너무 걱정도 많이 됐다. 그때는 글로 돈이 될만한 일들은 다 하고 살았다"라며 "방송국 다큐멘터리와 라디오 프로그램 방송작가로 주로 일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러다보니까 제가 저를 너무 많이 소모한 것 같은 허탈감 같은 것이 들면서 한 2년 정도 외국에 가서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언어를 접하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일단 시작을 한 것"라고 말하며 주목 받던 20대 시인에서 독일행을 선택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1992년 독일로 자리를 옮긴 후 1년 동안 어학연수를 한 우 마부르크 대학에서 선사학을 시작으로 학업에 발을 디뎠으며 이후 뮌스터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고대 근동 고고학을 전공하게 됐다 설명했다.
 
허 시인은 2001년 박사논문을 시작해 5년동안 논문을 썼고 이후 2년 동안 논문을 출판하며 7년 동안 박사논문을 썼다라며 고국에 10년동안 찾아오지 못했다고 밝혔다. 특히 논문을 쓰던 중 만난 지도교수와 결혼하게 됐다고 설명해 이목을 끌었다.

허 시인은 고고학을 전공하게 된 것에 대해서 "(고고학이)굉장히 좀 낭만적으로 보이고 멋져 보였다. 아무 생각 없이 그때는 고고학이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 ‘낭만적인 고고학 산책’이라는 책이 있는데, 아주 신비롭고 재미나 보이더라. 그래서 ‘아, 이걸 한번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허 시인은 독일에서도 꾸준히 문학 활동을 이어갔다. 

2001년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을 출간했다. 이어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등의 시집을 냈다. 

시집 외에도 산문집 '모래도시를 찾아서', '너 없이 걸었다'와 장편소설 '박하', '아틀란티스야, 잘 가', '모래도시'를 냈다. 

동화책 '가로미와 늘메 이야기', '마루호리의 비밀', 번역서 '슬픈 란돌린', '끝없는 이야기', '사랑하기 위한 일곱 번의 시도', '그림 형제 동화집' 등을 펴냈다.

2001년 제14회 동서문학상과 2016년 제6회 전숙희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올해는 제15회 이육사 시문학상 수상자로 뽑혔다.

특히 허 시인은 올해 초 말기암을 앓고 있다 알려오며, 2003년 집필했던 수필집 ‘길모퉁이의 중국식당’을 15년만에 새롭게 편집해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로 출간했다. 해당 산문집에는  139개 짧은 산문과 지인들에게 쓴 9통의 긴 편지가 담겼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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