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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졸업까지 1인당 6427만 원…사교육비에 짓눌린 학부모 [행복사회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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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23 19:43:32 수정 : 2018-10-24 11:3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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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학교에 보내려면 어쩔수 없어” / 자녀 둘 이상에 수백만원 쓰는 집도/ 고교 무상교육 정책 여론조사 결과/“가처분소득 교육비 사용” 50% 응답
국제고에 다니는 첫째와 과학고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둘째를 둔 학부모 A(45·여)씨는 한 달 사교육비로 150만원 정도를 쓴다. 첫째의 주말 학원비가 70만원, 둘째의 수학·과학 학원비가 80만원 정도다. A씨는 “사교육비를 많이 지출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다른 엄마들과 비교하면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A씨는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사교육을 받고 온 다른 아이들을 따라갈 수가 없는 구조”라며 “특히 선행학습이 필요한 국어와 영어, 수학은 따라가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A씨는 오는 겨울방학에 고3이 되는 첫째의 입시컨설팅을 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생활기록부를 토대로 컨설팅을 받는데, 2시간에 60만원이다. A씨는 “자기소개서 첨삭 등 컨설팅 외에 추가를 하면 가격도 더 늘어나는 식인데 대입 전형이 복잡하고 엄마의 정보력으로는 부족해 컨설팅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학부모 B씨(46·여)도 중학교 2학년생 아들의 과학고 진학을 준비 중이다. 매달 수학 과외에 45만원, 특목고 대비 과학 학원에 50만원이 들어간다. 주 1회 체육활동에 들어가는 비용을 포함하면 한 달 사교육비가 100만원을 훌쩍 넘긴다. B씨는 “일반 학원에 보내는 것보다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과학고를 가려면 어쩔 수가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재고와 과학고, 자율형 사립고, 일반고 순으로 상위권 아이들이 몰리는 식이어서 학원을 놓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중학교 1학년생과 초등학교 5학년생을 둔 학부모 C(43·여)는 120만원이 한 달 사교육비로 나간다. 중학교 1학년생 아들은 수학과 영어 과학, 논술을 배우는 데 80만원이 들어가고 초등학교 5학년 딸은 수학과 영어학원 등에 40만원이 들어간다. C씨는 “욕심을 부리면 첫째는 수학과 과학만으로도 최소 80만원이 돼야 하고 100만원을 넘게 들여야 하는 게 맞다”며 “일반고를 기준으로 하면 많을 수 있겠지만 과학고를 보내려면 부족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좋은 학교를 보내려면 끊임없이 학원을 보내야 한다.” “정책이 바뀔수록 사교육비가 더 들어간다.” “사교육비 문제는 정부의 정책 문제가 아니라 엄마의 문제다.” 학부모들은 인터뷰에서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개탄하고, 끊임없이 바뀌는 입시정책을 비판하다가 사교육 시장에 속절없이 흔들리는 자신을 자책하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공통적으로 “우리 아이는 사교육비가 적게 드는 편”이라고도 말했다. 실제 이들 학부모가 사용하는 사교육비가 평균 또는 평균을 조금 넘는 수준이기도 하다. 학원 업계 관계자는 23일 통화에서 “강남 3구나 대치동 등의 경우 한 과목당 수강료가 100만원이 넘어가기도 하고, 수학 한 과목에만 학원과 과외를 병행하기도 한다”며 “자녀 1명에 수백만원은 물론이고 자녀가 2명 이상일 경우 한 달 사교육비가 500만∼600만원을 넘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부모들이 사교육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학부모 대상 고교 무상교육 정책 여론조사’ 결과 고등학교 무상교육이 실시된 경우 가처분소득 사용처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9.7%가 ‘자녀 교육비’에 사용하겠다고 응답했다. 사교육비로 쓰겠다는 의미다. 교육비 부담을 줄여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확충하고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소득주도성장론의 일환인 ‘고교 무상교육’이 되레 사교육을 부추기는 결과가 되는 셈이다.

◆사교육비 연간 18조6000억원… 자녀 고교 졸업까지 6427만원

18조6000억원. 통계청이 조사한 2017년 한 해 우리나라의 사교육비 총액이다. 내년도 우리나라 전체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과 맘먹는 수준이다. 전체 학생 수는 전년에 비해 2.7% 감소했지만 사교육비는 되레 3.1% 증가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7만1000원이었다. 전년에 비해 1만5000원(5.9%) 늘었다. 초등학교는 25만3000원, 중학교는 29만1000원, 고등학교는 28만4000원이다. 사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을 제외한 사교육 참여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8만4000원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고등학생은 51만5000원, 중학생이 43만8000원, 초등학생은 30만7000원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본조사 추진 여부를 검토 중인 유아 사교육비까지 더하면 사교육비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교육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소재 반일제(하루 3시간 이상) 수업을 하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 251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월평균 학원비가 102만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27만1000원, 38만4000원이라는 숫자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통계 발표 때마다 지적되는 것도 사실이다.

자녀 1명에 들어가는 전체 사교육비를 따지면 규모가 더욱 커진다. 신한은행이 지난 3월 만 20~64세 금융거래 소비자 2만명을 대상으로 조사, 발간한 ‘2018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고등학교 졸업까지 자녀 1인당 총 교육비 추정치는 8552만원이었고, 그 가운데 사교육비가 6427만원으로 75.1%를 차지했다. 자녀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영유아기 12만원, 초등학교 입학 전 미취학 시기 18만원이 발생했고, 초등학교 입학 후 30만원, 중학생은 41만원, 고등학생은 47만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강남 3구의 사교육비는 모든 자녀 학령에서 가장 높았다. 대학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86만원으로 서울 강북보다 32만원이 더 많았고, 비수도권의 광역시나 지방보다는 약 2배 정도 많았다.

◆학원비는 못 줄인다… 가계대출 원인 16% ‘교육비’

과도한 사교육비는 가계에 직격탄으로 이어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노대명 미래전략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이 지난 15일 발표한 ‘근로빈곤층 가계부채의 실태와 향후 대응 방안’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16.7%가 가계 부채 증가 원인으로 ‘교육비 마련’을 꼽았다. 부채 증가 원인으로는 생활비 마련이 20.8%로 가장 높았고, 거주 주택 마련이 19.5%에 이어 교육비 마련이 세 번째를 차지했다.

노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이론적으로 근로빈곤층이 가계부채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최선의 방법은 미취업 가구원의 취업과 기존 취업자의 더 나은 일자리 진입을 통한 소득 증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근로빈곤층은 소득이 낮은 상황에서 부채 상환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절약이 불가피하고, 이는 일차적으로 교육비와 생활비의 결핍으로 이어진다. 자녀에 대한 교육비 지출을 줄이거나, 그것을 지출하는 경우 다른 소비지출에서 결핍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교육비 부담이 저출산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7월 20∼40대 여성 근로자 5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22.3%가 사교육비 부담을 저출산의 원인으로 꼽았다. 소득 및 고용 불안 30.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개천에서 용나는 건 옛말… 사교육비 양극화 갈수록 심화

사교육비 양극화도 심각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03년부터 2016년까지 가계동향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가구의 교육비 지출액은 2003년 18만7000원에서 2016년 28만2000원으로 50.6% 증가했는데 소득 5분위(상위 20%)는 62.1% 증가한 반면, 소득 1분위(하위 20%)는 12.2%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가구의 월평균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사교육비 지출, 참여율이 높아지는 것은 통계청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2017년 조사 결과 월평균 소득 700만원 이상 가구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5만5000원인 반면, 200만원 미만 가구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9만3000원으로 5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권역별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역시 서울이 39만원, 광역시 26만8000원, 중소도시 26만2000원, 읍면지역 17만7000원 순으로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실에 따르면 사교육비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사교육비 지니계수’는 2017년 0.569로 나타났다. 2007년 0.511에서 매년 높아져 2016년에 0.573을 기록했다.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사교육비 지니계수도 2007년에 0.365이던 수치가 증감을 반복하다 2013년부터 꾸준히 증가해 2017년에 0.388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0∼1 구간에서 움직이는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의미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송인수 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통계청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27만원이라고 하지만 저소득층의 지출이 낮은 것을 감안하면 실제 한 가구에서 사교육비로 80만원에서 100만원이 들어가는 것은 흔한 사례”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영어·수학 학원만 해도 1인당 60만원에 가까운 학원비가 들어가고, 2명의 자녀가 있다고 하면 120만원이 되는 상황”이라며 “외벌이 가구라고 하면 월평균 소득의 30% 정도를 사교육비로 지출하고 있는 기형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공교육이 충분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면 최대 10배까지 격차가 벌어지는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사교육비 양극화 상황은 교육불평등을 계속해서 악화시키는 기제로 작용하는 것”이라며 “사교육 과잉이 아이들의 자기 주도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교육이 아이들의 미래 역량을 훼손하고 국가 장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세종=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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