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포스터에 적힌 문구부터 눈길을 잡는다.
‘1999년부터 god라는 다섯 남자들이 함께 부르기 시작한 노래들. 그 노래들과 함께한 20년이란 시간. god의 모든 것들이 담겨 있는 타이틀곡만으로도 20년의 이야기를 채울 수 있게 됐습니다. god의 GREATEST 곡들과 GREATEST 무대를 여러분과 함께합니다’라고 적었다. 포스터에는 당당하게 걸어가는 god 멤버들의 모습이 실루엣으로 담겨 있다. 또한 ‘어머님께’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애수’ ‘거짓말’ ‘하늘색 약속’ ‘길’ ‘보통날’ 등의 대표곡 제목들이, 멤버들이 지나온 길이 아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길에 나열돼 있다.
god는 이번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멤버 전원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콘서트 연출은 손호영이 맡아 디테일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살펴보는 중이다. 김태우는 20주년 기념앨범 선공개곡의 프로듀싱을 맡았으며, 윤계상은 앨범의 재킷 촬영을 주도했다. 데니안은 신곡의 작사·작곡에 참여해 완성도 높은 앨범을 만들었다. 맏형 박준형은 앨범 디자인, 공연 포스터와 기획상품(MD) 등 전반적인 디자인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god는 JTBC 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 ‘같이 걸을까’를 통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 10월 11일 첫 방송을 한 ‘같이 걸을까’는 god 멤버들이 다 같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도보 여행하는 내용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전원이 예능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한 것은 17년 만이다. 멤버들은 걷고 또 걷고, 말하면서도 걷고 말없이도 걷고, 힘들게도 걷고 즐겁게도 걸으며 2주의 시간을 함께 나눴다. god를 ‘국민그룹’으로 거듭나게 했던 MBC ‘목표달성! 토요일-GOD의 육아일기’의 재민이도 영상통화로 만났다.
god는 원래 싸이더스HQ에서 갓식스(god six)라는 그룹으로 데뷔 준비를 한 남자 5명, 여자 1명의 혼성그룹이었다. 그런데 IMF의 영향으로 소속사의 사정이 어려워졌고, 멤버들은 2년간 지원도 끊긴 고양 일산 숙소에서 자급자족하며 버텨야 했다. 이후 소속사는 숙소마저 정리하려 했으나 버티고 있던 멤버들을 본 사장이 감동해 이들을 데뷔시켜야겠다고 결정을 바꾼다. 소속사는 박진영에게 프로듀싱을 맡겼고, 이 과정에서 남자와 여자 멤버 1명씩 중도 하차한다. 이때 제외된 멤버가 배우 김선아이며, 새롭게 영입된 주인공이 김태우다.
마침내 1999년 1월 1일 ‘어머님께’로 데뷔를 했다. 이 노래는 사회 전반에 훈훈한 반향을 일으키면서 god에게 ‘착한그룹’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하지만 흥행하지는 못했다. 당시 앨범 판매량은 16만장으로, 비슷한 시기에 데뷔했던 원타임(1TYM), 샵(S#ARP), 코요태와 비교하면 저조한 성적이다. 같은 해 11월 25일 2집 타이틀곡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로 활동하지만, 이때도 역시 ‘국민그룹’으로 성장하기까지는 한 걸음이 부족했다.
이들이 모든 연령층을 아울러 큰 사랑을 받게 된 것은 이듬해 1월 9일부터 2001년 5월 12일까지 방영된 ‘육아일기’에 출연하면서부터다. ‘육아일기’는 ‘어머님께’를 불렀던 청년들이 1살 아이(재민이)를 키운다는 설정으로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방송은 육아 장면과 힘들었던 데뷔 과정을 교차 편집해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의 호감과 연민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이를 통해 god는 전 국민적 관심을 받으며 급부상했다.
2000년 11월에 발표한 3집 이후부터는 흥행 고공행진을 벌인다. 3집 182만장, 4집 171만장의 핀매고를 올렸다. 2004년 윤계상의 탈퇴 이후 4인조로 활동하다 2005년 7집 ‘하늘 속으로’를 끝으로 활동을 잠정 중단하고 각자의 길을 걷는다. 2014년 데뷔 15주년을 맞아 5인조로 8집을 발매하고 그룹 활동을 재기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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