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심하게 훼손·유기한 고유정(36)이 경찰 수사에서 범행 이유에 대한 침묵 중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잔인한 범죄 행위를 지적하면서 ‘사이코패스 성향’을 의심한 반면 경찰은 정신질환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고씨가 재혼해 가정을 꾸린 현 남편을 신뢰하고 완벽한 가정을 꿈꾸는 상황에서 전 남편인 피해자 강모(36)씨와 자녀의 면접 교섭으로 재혼생활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해 범행을 저질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고씨가 지난달 9일 강씨와 자녀의 첫 면접 교섭일이 지정된 이튿날 휴대전화로 살해 방법 등을 검색한 것이 경찰 수사 결과 확인됐다.
다만 가족에 대한 애착을 보인 고씨가 아들이 함께한 장소에서 강씨를 잔인하게 살해한 이유는 설명되지 않고 있다.
고씨는 신상 공개가 결정되자 “아들과 가족 때문에 얼굴 공개가 되느니 죽는 게 낫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씨가 우발적 범죄라고 주장한 가운데 경찰은 강씨 혈흔에 대한 약·독물 검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수면제인 졸피뎀 성분이 검출됐다는 회신을 받고, 고씨가 범행 전 이를 사용해 피해자를 무력화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 혈흔에서 방어흔은 있었지만 공격흔은 없었다는 점을 들어 피해자가 의식이 또렷하지 않아 공격할 수 없었던 상황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피해자의 혈흔을 보면 강씨가 성폭행을 하려 해 우발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는 고씨의 주장은 허위라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고씨는 졸피뎀과 관련해서도 감기 등의 증세로 약을 처방받은 사실은 있지만, 이후 어디에 사용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제주 동부경찰서의 박기남 서장은 오는 12일 검찰에 송치한 뒤 증거 보강수사를 계속하고 피해자 시신 수색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11일 밝혔다.
박 서장은 고씨의 정신질환 여부와 관련, “기록상 확인되지 않고 있고 범행 과정에서도 면밀한 계획과 실행이 확인됐다”며 “조사 과정에서도 별다른 이상 징후를 느낀 사실은 없다”고 전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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