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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로 주문하는 것보다 간편”… 대학가 대세는 ‘언택트’ [밀착취재]

입력 : 2019-07-14 09:00:00 수정 : 2019-07-14 13: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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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점포’ 확산세/ 불필요한 접촉 피하는 밀레니얼세대/ 대기 시간 짧고 비대면 장점에 선호/ 무인 편의점·로봇 바리스타 카페 늘어/ ‘셀프 결제’ 카드 매출, 2년여새 5배↑/ 20대 결제금액 비중 28.4%나 달해/ 소통 줄어 갈등 조정력 저하 우려도
#1. 설모(26)씨가 다니는 대학교에는 최근 무인 편의점이 생겼다. 학교 내에서 주로 물, 음료 등 소량만을 구매하는 설씨는 간편하게 계산할 수 있는 무인 편의점이 생긴 게 반갑다. 그는 “(무인 편의점을 이용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심적으로 편하다”며 “간단한 업무라 하더라도 사람을 대하는 것과 아닌 것과는 차이가 크다”고 했다. 이어 “무인 편의점에서 직접 계산을 하면 빠르고 편리해 좋다”고 밝혔다.

#2. 12일 서울에 위치한 한 대학교 캠퍼스. 도서관 입구에 들어서니 사람 팔처럼 생긴 로봇이 기자를 반긴다. 로봇의 정체는 바리스타. 로봇은 아메리카노를 포함해 총 7가지 음료를 만든다. 로봇 옆에 위치한 키오스크로 아이스 그린티 라떼를 주문하자 2분이 채 안 돼 음료가 완성됐다. 사람이 없었지만 불편한 점은 없었다. 음료를 들고 서서 20분 정도 로봇을 구경하는 동안 재빠르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받아 들고 도서관에 들어가는 학생들도 여럿 보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지금 로봇이 있던 자리에선 “안녕하세요. 어떤 걸로 드릴까요?”라는 외침이 하루에 수십 번씩 들렸다. 불과 몇 개월 사이 사람이 로봇으로 대체됐다.

무인 편의점, 로봇 바리스타, 무인 스터디카페 등. 요즘 대학가에서 ‘무인‘ 흐름이 대세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의 끄트머리에 있는 20대의 ‘언택트(untact) 문화’와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접촉을 뜻하는 영어 단어 ‘Contact’와 부정을 뜻하는 접두사 ‘Un’이 합쳐진 말로, 접촉을 지운다는 뜻이다. 사람과 접촉하지 않거나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서비스를 제공받는 문화다.

◆“사람과 부딪히기 싫어”… 20대의 ‘비접촉’

업계에 따르면 밀레니엄 세대인 대학생들을 잡기 위한 무인화 경쟁이 뜨겁다. 달콤커피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대학교 내에 로봇 바리스타를 배치하고 있다. 인천대를 시작으로 올해는 성균관대, 경희대 등에 연달아 무인 카페를 열었다. 달콤커피 관계자는 “무인카페 자체가 밀레니엄 세대인 대학생들과 잘 맞는다”며 “다른 대학교에서도 문의가 와서 (무인카페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12일 오후 서울시내 한 대학교 도서관 입구에 마련된 음료 판매소에서 로봇 바리스타가 음료를 내놓고 있다.

학생들 반응은 긍정적이다. 일주일에 1~2번 로봇 바리스타가 만들어준 커피를 마신다는 박모(24)씨는 “내가 원하는 것만 선택해서 바로 계산하면 된다. 아무래도 대화로 주문하는 것보다 간편하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최모(23·여)씨는 “일주일에 4번 정도 이용한다”며 “위생적으로 느껴지고 품질도 다른 카페와 비슷하거나 나은 수준”이라고 했다.

사람이 상주하면서 운영하던 매점은 몇 년 뒤 추억의 공간이 될지도 모른다. GS25는 지난 3월 경희대(국제캠퍼스)와 광주대에 각각 무인 편의점 5곳, 1곳을 출점했다. 이마트24도 공주교대, 서울과학기술대 등 9개 대학 10곳에서 무인 편의점을 운영 중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매점이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에 무인으로 운영되기도 한다.

학기 중 무인 편의점을 자주 이용하는 강모(24·여)씨는 “편의점의 경우 알바생이 화장실을 가거나 잠깐 자리를 비울 때 계산을 할 수가 없어 불편했다. 지금은 그런 경우가 없어서 좋다”며 “사람과 부딪히지 않으면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박모(23·여)씨는 “24시간 운영한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며 “시험기간에 공부하다 배가 고파지면 쉽게 허기를 채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도서관 대신에 학교 근처의 무인 스터디카페를 찾는다. 무인 키오스크에서 이용권을 끊은 후 스터디카페 자리를 잡은 뒤 커피머신에서 원하는 음료를 뽑아 마시면서 공부한다. 한국외대 정문 앞서 무인카페를 운영하는 노모(27)씨는 “학생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카페를 만들고 싶었다”며 “20대의 니즈에 잘 맞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무인카페를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소비 편리하나 소통 감소 갈등 해소력 저하우려

통계상으로도 언택트 문화의 확산세가 확인된다. 최근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뉴스룸이 지난 2년간 언택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 가맹점 15곳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15곳의 매출은 2017년 1월 약 67억원에서 지난 5월 359억원으로 5배 이상 급증했다. 이 중 20대의 결제금액 비중이 28.4%에 달했다. 20대 소득수준이 기성세대에 비해 낮은 걸 감안하면 언택트 문화를 주도하는 20대의 특성을 여실히 알 수 있다.

20대는 사람보다 기계를 더 편리하게 느낀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현 정보통신기획평가원)가 2017년 발표한 ‘무인화 추세를 앞당기는 키오스크’ 보고서에 따르면 ‘키오스크가 직원(사람)보다 편리하다’는 응답이 74%였다. 이 중 30대 이하는 87%가 기계를 더 편하다고 답했다.

키오스크가 더 편리한 이유(중복응답)로는 ‘대기시간이 짧아서’(87%), ‘처리 시간이 짧아서’(60%), ‘직원과 대면하지 않을 수 있어서’(28%) 등이 거론됐다. 편리함과 비대면이라는 장점이 20대를 언택트 문화의 주 소비층으로 이끌고 있다.

언택트 문화 확산의 함의 중 하나는 ‘소통의 감소’다. 기계를 통해 소비가 이뤄지다 보니 언택트 문화의 확산이 20대의 소통 단절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속적으로 언택트 소비만을 고집하다 보면 인간관계에서 겪는 갈등에 대한 인내력이 약해질 수 있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는 “요즘 청년들은 자신이 원하는 접촉을 하고 싶어 한다. 반면 원하지 않거나 불필요한 사람들과의 접촉은 피하려고 하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며 “사회적 기술이 부족한 것도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나이 든 사람의 경우에는 기계보다 사람을 좋아하지만 젊은 세대는 인사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등 모든 것이 신경 쓰인다”며 “사람과의 관계 기술이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언택트 문화에 익숙해진 20대들이 사회의 주류가 됐을 때 갈등 조정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효율성과 신속성이 핵심인 언택트 문화가 지속되면 결국 사람과의 직접적인 소통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동귀 연세대 교수(심리학)는 “언택트가 지속되면 감정이 단순화된다”며 “결국 자신의 감정에 대한 인식, 표현 등에 있어 양과 질이 모두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20대가 사회 주류층이 됐을 때 갈등 조정이 잘 안 될 것 같다”며 “이해집단끼리의 갈등도 많아질 것이고 그걸 시스템으로 해결하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기메뉴 동나면 못 사”  “청소 불량” 불편 호소도

 

언택트 소비가 20대 사이에서 대세로 자리 잡고 있으나 이를 받아들이는 걸 꺼리는 일부 학생도 있다. 인기메뉴가 동나면 주문이 불가능한 불편함과 위생 상태 등에 대한 거부감 탓에 불편해하는 것이다. 대학생 9명을 만나 목소리를 들어봤더니 다양한 말이 나왔다.

 

대학생 김모(24)씨는 “비대면 소비를 추구하지 않는다”며 “감정 소모를 하지 않기 위해 비대면을 주로 추구하는 걸로 아는데, 점원을 먼저 무시하지 않는 한 서로 얼굴 붉힐 일은 거의 없다”고 했다. 대학생 김모(26)씨도 “키오스크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들 때문에 오히려 계산대기 시간이 길어진 적도 많다”며 자신은 언택트 소비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했다.

 

언택트 소비 중 불편한 점으로는 품절 등 관리상태 부실을 꼽았다. 정모(25)씨는 “얼음 컵에 타먹는 커피를 좋아한다. 시험기간 중 도서관에 위치한 무인 편의점에 갔었는데 얼음 컵이 없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있더라도 냉장고가 제대로 관리가 안 되는지 얼음이 다 녹았다가 다시 얼어서 하나로 붙어 있었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김모(24)씨는 “식단관리를 위해 도시락에 바나나, 닭가슴살 등을 먹는다”며 “정신이 없어 두 품목을 챙기지 못했을 때 편의점을 종종 찾는데 해당 상품이 품절돼 못 샀던 경험이 많다”고 했다. 강모(24·여)씨도 “무인 편의점의 경우에는 술이나 담배를 살 수 없다”며 “기프티콘 사용이 안 되는 것도 흠”이라고 밝혔다.

 

사람이 없어 관리가 안 되다 보니 청소 상태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 정씨는 “쓰레기통이 다 찼는데 치우는 사람이 없어 위에 계속 쌓아두고 있었다. 보기가 안 좋았다”고 지적했다.

 

무인 편의점이 설치된 한 대학교 커뮤니티에는 쓰레기통 주변에 쓰레기가 널브러진 사진과 함께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자’, ‘편의점 좀 깨끗이 쓰자. 너무 더럽다’ 등의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조작상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도 의외로 있다. 박모(23·여)씨는 “얼마 전 자격증 공부를 위해 무인 스터디카페에 갔다. 그때 설명이 자세히 돼 있지 않아 헤맨 경험이 있다”며 “20대인 나도 헤매는데 어른들은 정말 많이 헤맬 것 같다”고 했다. 설모(26)씨는 “카페에 갑자기 생긴 기계가 익숙하지 않아 직원한테 간 적이 있다”며 “기계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 불편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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