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F) 자료 삭제 문제를 놓고 금융감독원과 KEB하나은행의 갈등이 재점화하고 있다.
금감원은 하나은행이 과거 자료 삭제 사례를 들어 ‘상습적’인 처사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놓았고, 하나은행은 내부자료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13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금융보안원의 협조를 받아 하나은행이 삭제한 내부자료 복구작업을 실시했다. 디지털 포렌식 등 다양한 기법을 통해 복구를 실시했고, 삭제된 자료 대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포렌식 등 다양한 기법을 활용했다. 자료를 어느 정도 확보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자료와 관련한 사실관계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하나은행의 자료 삭제가 처음이 아닌 만큼 이번 사태를 엄중히 지켜보겠다는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2017년 은행권 채용비리 사태 때도 자료를 삭제한 바 있다. 당시 금감원은 하나은행의 클라우드 시스템에서 삭제된 자료를 복원해 내용을 확인했다.
하나은행은 보관할 필요가 없었던 내부자료를 삭제한 것이라며 자료 은폐는 전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의 검사가 있기 전 있었던 일이다. DLF 손실이 우려되다 보니 내부적으로 현황보고 자료를 만들었다. 그런 자료들은 고객에 대한 데이터가 아니고 내부보고용이기 때문에 굳이 저장의 필요성이 없어서 삭제한 것”이라며 “판매 관련 통계자료를 삭제한 적은 절대 없다”고 밝혔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금감원의 하나은행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지난해 하나금융그룹 김정태 회장 3연임을 두고 터졌던 갈등에서의 구원(舊怨)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 회장의 3연임을 두고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셀프연임’이라며 비판했다. 금감원의 차기 회장 후보 선임 일정 연기 요청에도 불구하고 하나금융은 일정을 강행했고, 김 회장의 3연임을 관철시켰다. 직후에 금융당국이 하나은행의 채용 비리 문제를 제기했지만, 최 전 원장이 하나금융 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의 지인 자녀 채용 관여 의혹이 터지면서 최 전 원장은 낙마했다. 당시 최 전 원장에 대한 정보가 하나은행 내부에서 흘러나왔다는 분석이 유력했다. 김 회장의 3연임에 반대한 것에 대한 카운터 펀치였다는 것이다.
한편 DLF 사태에다 최근 한국형 헤지펀드 1위 운용사 라임자산운용이 펀드 환매를 중단하면서 사모펀드 시장 자체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은 지난 9일 62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 상품 환매를 전격 중단했다. 환매 중단 대상 펀드는 사모채권을 주로 편입한 모펀드 ‘플루토 FI D-1호’와 메자닌을 주로 편입한 모펀드 ‘테티스 2호’에 재간접 투자된 펀드다. 자본시장법상 사모펀드 최소 가입금액은 1억원이기에 산술적으로 6000명 이상의 펀드 가입자가 있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환매 중단이 지급 불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환이 늦어지면 사모펀드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한 프라이빗뱅커(PB)는 “한번 시장에 잡음이 생기면 심리적으로 위축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라임자산운용은 업계 1위 회사가 아니냐”며 “최근 금융위원장도 사모펀드 제재를 언급했다. 가뜩이나 시장 심리도 안 좋은 상황에서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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