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최진배 전 경성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세계금융포럼의 전문가 토론에서 포용적 금융과 관련해 정부의 서민금융정책을 평가하고 지역금융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적절히 개입해 그 상태를 치유하는 것이 경제정책의 기본 스탠스이고 서민금융 시장에서도 정부가 정책을 많이 시행하는 중”이라며 “정책 대상을 확정하기 위해 어떤 기준을 정해 기준선 이하 신용도나 소득을 가진 사람을 서민으로 보는데, 초기에 당국이 신용등급 7등급 이하를 정책금융 대상으로 설정했다가 최근은 약간 상향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박 위원은 “정책 대상을 나눠 보면 6등급 이하가 전체 20% 정도인데, 이상하게 1등급이 아주 많은 구조”라며 “근본적인 점검의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추진하는 서민금융정책으로 크게 3종 세트라고 할 수 있는 미소금융·햇살론·바꿔드림론이 있다”며 “이 같은 금융상품은 취지는 좋으나 장기적인 포용적 금융 관점에서 재설계하거나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국가 차원에서 신용상담제도를 도입해 개인과 가계의 자산과 부채 관리에 조언을 해주고 채무재조정 업무를 대리하게 해 서민금융을 장기적으로 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덕배 금융의창 대표도 박 위원과 비슷한 관점을 드러냈다. 박 대표는 “(박 위원이) 말한 것처럼 정부가 추진하는 서민금융정책의 목표가 분명한데도 공급에만 집중하다 보니 방향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아쉬운 면이 분명히 있다”고 했다. 박 대표는 “정부가 최고금리를 인하하면서 금융소외자가 늘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불법 사금융 이용이 늘었다는 건 정책 실패의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직접 개입보다 적절한 유인책을 써서 정책적으로 이끌어가는 방법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지역금융을 활성화해야 포용적 금융을 이룰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역금융은 점점 피폐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원인으로 상업 금융기관의 지역에 대한 역할이 부재하면서 수도금융에 종속되는 현상”이라며 “지역금융이 배제될수록 지역 균형 발전과 자본 효율성 측면에서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해외의 지역금융정책 사례를 중심으로 정부의 제도적 접근을 촉구했다. 양 교수는 “미국 지역금융정책을 보면 지역재투자법(CRA)과 지역개발금융(CDFI) 두 개의 축으로 돌아간다”며 “두 가지 제도를 통해 금융기관이 지역사회에 적절하게 자본을 투자할 수 있도록 하고,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양 교수는 “미국뿐만 아니라 독일 역시 지역금융 활성화의 모범사례가 있다”며 “독일의 한 지역의 스파카젠이라는 저축은행은 대학·기업·협동조합 등 지역사회의 여러 주체들과 연계해 사회적 차원에서 수요를 파악하고 자금 공급을 한다”고 말했다.
오윤해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지역금융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로 힘을 보탰다. 오 위원은 “(양 교수가) 앞서 말한 것처럼 미국과 스페인, 독일, 일본의 모범사례를 통해 우리나라 역시 지역개발금융 같은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금융시장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차원이어야 하고 시장에 맞게 창의적으로 발전하도록 배려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오 연구위원은 특히 “금융혁신으로 지각변동이 일고 있는데 이런 서비스들은 지역 성격이 없다. 수도권과 먼 지역이 핸디캡을 극복하는 수단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지역밀착형 서비스가 나타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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