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4일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 내놓은 자체 조사결과의 핵심을 요약하면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과 캠핑장에서 우연히 만난 제보자가 소셜네크워크서비스로 제보한 첩보로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첩보를 제공받은 행정관 역시 ‘뚜렷이 기억하지 못할 만큼 일상적인 첩보 전달 및 이첩 과정’을 거쳤다고 분석했다.
청와대는 이날 김 전 시장 측근 비리는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 A씨가 2017년 10월쯤 스마트폰 SNS를 통해 제보자를 통해서 건네받았고, A행정관은 제보가 담긴 SNS 메시지를 복사해 이메일로 전송한 후 출력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A씨는 외부 메일망 제보 내용을 문서 파일로 옮겨 요약하고 일부 편집해 제보 문건을 정리했고, 이 과정에서 새로 추가한 비위 사실은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A행정관과 제보자가 만난 경위에 대해선 “A행정관이 청와대 근무하기 전에 캠핑장에 갔다가 우연히 만나서 알게 된 사이로 진술했다”며 “(A행정관과 제보자) 둘 다 공직자였기 때문에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두 사람은) 본인이 아주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고 하고, 그저 몇 차례 만나고 연락을 주고받은 정도의 사이”라며 “A행정관이 민정수석실에 파견 근무하기 전에 처음 보게 됐다”고 했다. 제보자는 2016년에도 동일한 내용을 제보했지만 당시는 A행정관이 민정비서관실에 근무하지 않을 때였고, A행정관은 제보내용을 단순편집만 했을 뿐이라고 청와대 측은 설명했다.
A행정관은 이런 첩보를 제보받은 사실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청와대는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A행정관 본인도 이 문건을 자기가 작성했다는 것을 뚜렷이 기억을 못하고 있었다”며 “(민정비서관실에서 반부패비서관실에 이첩한 문건을) 행정관들에게 보여주면서 ‘혹시 이 문건 본 적이 있느냐’고 확인을 했더니, A행정관이 ‘이거 내가 한 것 같은데요’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A행정관 역시 그때 생각이 났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전 시장과 관련한 경찰의 수사를 9번 청와대가 보고받은 사실에 대해 “총 9번의 보고 중 민정비서관실이 보고받은 것은 마지막 아홉 번째 한 번밖에 없다”며 “중간에 올라온 보고들은 원 보고 계통인 반부패비서관실로 정기적으로 일반적으로 오는 보고서였다”고 말했다. 특히 “(그 보고들을) 특별히 취급해서 반부패비서관실이 정리해 민정비서관실과 공유한 사실은 일절 없다. 지극히 일상적인 업무 처리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앞서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이 “우리는 관련 제보를 단순 이첩한 이후 그 사건의 처리와 관련한 후속조치에 대해 전달받거나 보고받은 바조차 없다. 따라서 이번 사안은 조국 당시 민정수석에게 보고될 사안조차 아니다”는 입장과 배치된다. 백 전 비서관은 “수사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는데, 청와대는 “9번 받았고 그중 하나는 민정비서관실이 받았다”고 시인한 것이다.
사정기관들 사이에선 반부패비서관실이 아닌 민정비서관실이 보고를 받은 점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현 정부 들어서 청와대와 경찰의 업무 협조는 국정기획상황실이나 반부패비서관실을 통해서 하는 게 통상적이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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