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 접대’ 의혹과 관련해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담당 검사들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여성단체 활동가들이 고발인 조사를 위해 경찰에 출석했다.
10일 오전 서울 중랑구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도착한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등 여성단체 활동가들은 “당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성폭력 사건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며 “이 사건을 누가 어떻게 덮고, 은폐했는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대표는 “이번 수사에서는 실체적 진실이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이는 성폭력 피해자 지원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들은 2013∼2014년 검찰이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성범죄 의혹을 부실하게 수사했다며 당시 수사에 관여한 검사 4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별장 성 접대’ 의혹은 윤씨가 2006년 전후로 강원 원주에 있는 자신의 별장 등에서 김 전 차관 등 사회 고위층 인사들을 상대로 성 접대를 벌였다는 의혹이다.
2013년 이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김 전 차관과 윤씨를 특수강간 혐의로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김 전 차관을 불기소 처분했다. 이듬해 성폭력 피해를 주장한 여성 A씨가 김 전 차관을 고소했지만, 검찰은 김 전 차관의 소환 조사 없이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이후 세 번째 수사가 이뤄진 끝에 검찰은 2006∼2008년 윤씨로부터 1억3000만원 상당의 뇌물과 성 접대를 받은 혐의로 김 전 차관을 구속기소했지만 1심 재판부는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다거나, 대가성 등이 입증되지 않았고, 일부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특수강간 등 혐의로 경찰에 이들을 재고소한 상태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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