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도권 경기 남부 등을 중심으로 집값이 상승하자 문재인 정부가 20일, 19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최근 큰 폭으로 가격이 오른 수원 일부 지역과 안양, 의왕 등을 조정대상지역에 포함하고 조정대상지역의 대출제한 등의 규제를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고강도 ‘12·16 대책’ 이후에도 정부가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대책을 내놓고 있는 것은 부동산 시장의 고삐를 강하게 잡아 쥐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선 최근 집값이 크게 뛴 이른바 ‘수용성(수원, 용인, 성남)’ 중 수원 일부 지역만 이번 규제 대상에 포함된 것을 놓고 총선 파급효과를 우려한 일부 정치권의 입장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원, 안양, 의왕 등 5곳 조정대상지역에 추가… LTV 비율 50%로 축소
이날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가 국토부 세종청사 브리핑실에서 ‘투기 수요 차단을 통한 주택시장 안정적 관리 기조 강화’(2·20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수원 영통·권선·장안과 안양 만안, 의왕 5곳을 조정대상지역에 포함하는 내용이다. 지난 대책 이후 수원은 8% 이상 가격이 급등했고 의왕과 안양도 3∼4% 가격이 상승한 터라 이번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이들 지역은 신분당선, 인덕원~동탄선·월곶~판교선 등 광역 교통망 구축으로 인한 ‘교통 호재’가 가격 상승을 이끈 터라 앞으로도 집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어 투기 수요 유입을 막아야겠다고 판단한 이유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제2금융권을 포함한 전 금융권에서 LTV와 DTI가 강화되고 양도소득세도 중과된다. 양도차익에서 최대 80%를 공제해주는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혜택에서도 배제된다. 전매제한이 강화되고 1순위 및 재당첨 제한 등의 조치도 걸리며 3억원 이상 주택을 거래할 때 자금조달계획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편법 증여와 같은 수상한 부동산 거래가 있는지를 정부가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번 2·20 대책은 조정대상지역의 대출 기준 등도 강화했다. 현재 LTV 비율이 60%에서 50%로 낮아지며, 9억원 초과 주택의 9억원 초과분은 LTV가 30%까지 떨어진다. 대출 상한액이 줄어듦에 따라 보유한 현금이 적을 경우 대출을 통한 고가 주택 구매가 어려워진다. 다만 DTI는 현행 50%를 유지할 계획이다.
대출을 받을 때 적용되던 실수요 요건도 강화한다. 지금까지 조정대상지역 내의 1주택 세대는 기존 주택을 2년 내 처분하는 조건으로 주택담보대출 가능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2년 내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것은 물론 신규 주택으로 전입을 해야 대출이 가능해진다. 법인전환을 통해 주택을 살 목적으로 사업자 대출을 받는 경우를 차단하기 위해 주택임대업·주택매매업 이외 업종 영위 사업자에 대해서는 조정대상지역도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금지했다. 기존에는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만 적용되던 항목이다. 오는 21일부터 입주자 모집공고를 하는 주택은 소유권 이전등기일까지 전매도 제한하도록 했다.
◆전문가 “총선 앞둔 상황이라 규제 최소화한 듯… 추가 대책 나올 것”
다만 이번 규제 대상에 수용성 중 용인과 성남을 포함해 ‘풍선효과’가 우려된 지역들이 대거 포함되지 않았다. 이미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있음에도 가격이 크게 오른 용인 수지(연간 누적 상승률 4.42%)·기흥(3.27%), 수원 팔달(6.32%)은 투기과열지구로 격상하리란 예상을 비껴갔다. 성남 분당(투기과열지구)과 수정·중원(조정대상지역) 등은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개발 호재가 있음에도 상대적으로 상승률이 낮아 제외됐다. 대전과 부산의 최근 3개월 주택 가격 상승률도 높았지만 이번 정책은 수도권에 집중됐다.
김흥진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수원 팔달구나 용인 기흥·수지구는 9억원 초과 주택이 많지 않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는 것보다는 조정대상지역의 금융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실효성이 높으리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방 광역시 중심으로 가격 상승률이 높은 지역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대전은 서구와 유성구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률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추후 규제 가능성을 내비쳤다.
당초 업계의 예상과 달리 2·20 정책의 규제 대상이 협소한 터라, 정부가 4·15 총선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정치권과 일부 타협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온다. 이번 정책이 집값 상승 지역을 하락세로 전환시키긴 어려우리란 분석에도 힘이 실린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사실상 이번 대책은 수원을 집중 타깃으로 삼았다. 조정대상지역 범위가 최소화한 것은 선거를 앞둔 정무적 판단이 반영되었다는 생각”이라며 “정부가 광역 교통망 구축 등 교통 호재로 인한 자연스러운 가격 상승을 ‘투기 세력에 의한 인위적이고 비정상적인 상승’이라며 책임전가 하는 건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총선이 끝난 2∼3개월 후 용인과 성남 등을 대상으로 한 추가 대책이 나올 것”이라 예상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도 “12·16대책을 발표한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총선을 앞둔 상황이라 강도 높은 부동산 종합대책을 내놓기 제한적인 상황이다. 국지적 풍선효과에 핀셋 대응하면서 규제지역을 강화하는 정도로 정책수위를 조정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앞으로도 미분양이나 공급과잉 우려가 덜한 지역 중 교통망 확충이나 각종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들로 유동자금이 유입될 확률이 높은 만큼 경기도와 인천광역시 등 수도권 일부지역의 집값 ‘풍선효과’를 잡기위한 정부의 정책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판단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비규제지역도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과열 우려 시 규제지역으로 지정하겠다”며 “규제지역 지정 이전이라도 관계기관 합동 조사 등을 통해 투기 수요를 철저히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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