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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환자 넘치는데 음압병상 꽉 차… 추가 확보 안간힘 [코로나19 비상]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0-02-26 19:01:46 수정 : 2020-02-27 07:3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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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마다 격리치료 애로 호소 / 대구, 총 63병상… 중환자용 빼면 47병상 / 대구의료원·동산병원, 일반병상도 활용 / 대구서 타 시·도로의 원정 이송 추진 나서 / 경북 도내는 경주·포항 2곳 9병상 불과 / 부산시·경남도도 87병상뿐… 한계 다다라 / “중증환자 중심 배치를… 정부 지원 필요”
25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치료를 받는 울산대병원 국가지정치료병상(음압병상)에서 의료진이 방호복을 착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5일 인천 가천대길병원에 A(58)씨가 긴급 이송됐다. A씨는 만성신부전증으로 대구 한 병원에서 투석 치료를 받던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대구는 물론 경북에서도 A씨를 격리치료할 음압병상(병실 내 기압을 낮춰 공기가 바깥으로 나가지 않게 한 시설)이 없어 인천까지 이송됐다.

 

코로나19 확진자가 1200명을 넘어서면서 방역당국과 각 지방자치단체에는 이들을 격리치료할 음압병상을 확보하는 데 비상이 걸렸다. 특히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대구시와 경북도는 지역 내 국공립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추가적인 음압병상 확보에 나서는 한편 다른 시·도로 환자 이송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26일 오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격리병상이 마련된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 및 방역 관계자들이 이송 환자에 대한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26일 오전 8시 현재 전국 음압병상은 793실 1077병상뿐이다. 이 중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음압병상)은 29개 병원 161실 198병상인데, 이들 병상의 가동률은 77.6%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은 대구(710여명)를 비롯해 경북(310여명), 부산(50여명), 서울(40여명) 지역 음압병상은 이미 격리치료 환자들로 꽉 차 있다. 방대본 관계자는 “국가지정 음압병상이 부족할 경우 지역 공공병원 또는 민간종합병원의 음압병상을 순차적으로 사용한다”며 “그래도 부족할 경우 환자 중증도에 따라 음압병상 또는 일반격리병실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 지역 음압병상은 모두 63병상이지만 다른 중환자들이 쓰고 있는 병상을 빼면 47병상만 가동할 수 있다. 음압병상이 크게 부족한 탓에 대구의료원과 대구동산병원은 일반병상(430개)을 확진자 치료에 활용하고 있다. 대구의료원 관계자는 “건물 전체가 통제된 탓에 사실상 의료원이 ‘음압병실’인 셈”이라며 “(의료원에 남아있는) 일반환자의 전원(다른 병원으로 이송)을 진행 중이지만 현실적으로 모두를 옮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근로복지공단대구병원과 대구보훈병원, 국군대구병원을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추가 지정하는 방식으로 870병상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이후에도 병상이 부족할 경우를 대비해 경남 창원 국립마산병원 등 타 시·도로의 전원도 추진하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미연의 사태를 염두에 두고 방대본과 정부에 지역 단위의 음압병상이 아닌 전국 단위의 음압병상 확보를 건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은 경북도 역시 음압병상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경북 도내 음압병상은 동국대경주병원(5병상)과 포항의료원(4병상) 합쳐 9병상뿐이다. 경북도는 확진자 107명을 안동의료원(수용 가능 230병상)과 포항의료원(〃 71병상), 김천의료원(〃 48병상)으로 보냈다. 도는 오는 28일까지 포항·김천의료원과 영주·상주적십자병원에 828병상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추가 지정된 대구 북구 학정동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의료진들이 26일 오후 병원 지하 강당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진료를 앞두고 보호복, 마스크, 고글, 이중장갑 등 개인보호구(레벨 D) 착용 실습을 하고 있다. 뉴스1

부산·경남 지역 음압병상도 민간병원까지 포함해 각각 51병상, 36병상뿐이어서 한계에 다다랐다. 부산시는 부산의료원에 548병상을 추가 확보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경남도는 마산의료원(8병상)에 298병상을 더 확보한다.

 

하지만 다른 시·도가 영남권 확진자를 받을지는 미지수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구의 코로나19 확진자를 경기도의료원 등에 수용하는 문제는 정말로 어려운 주제”라며 “대의를 생각하면 수용해야 하고, 경기지사로서 도민의 불안과 피해, 그리고 경기도에 닥칠 수도 있는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면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국가지정 입원 치료 병상을 갖춘 조선대병원 음압격리병실 내에서 2017년 1월 진행된 신종 감염병 모의 훈련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반면 서울시는 코로나19 확진자를 수용키로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SNS에 “대구·경북의 확진자, 특히 중증환자들을 서울시립병원에 모시겠다”며 “이미 몇분은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앞으로도 서울 상황을 고려해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음압병상 확보가 중요하다면서도 당장 늘릴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해 코로나19 확진자 중 중증환자 중심으로 배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음압병상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모두를 치료하면 이상적이겠지만 바이러스가 주로 침이나 콧물 등으로 전파되기 때문에 경증 환자의 경우 일반병실에서도 충분히 격리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감신 대한예방의학회 이사장은 “코로나19 감염 중증환자를 적절히 치료할 수 있는 전용 음압병상은 지금 당장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중환자실 등에 병상을 격리하는 차단장치를 하고 이동 음압기를 설치하는 등의 방식으로 중증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민섭·남정훈 기자, 대구·안동·부산=김덕용·전주식·강민한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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