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책은행을 통해 유동성 위기에 빠진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원, 두산중공업에 6000억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정부가 이번주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고 확정할 기간산업 지원 방안의 일부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21일 오전 신용위원회를 열어 코로나19에 따른 경영난 악화로 매각이 지연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에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수출입은행도 이날 오후 방문규 은행장 주재로 확대여신위원회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지원을 결정했다.
코로나19 사태로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이 차질을 빚자 채권단이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지원 방식은 ‘마이너스 통장’처럼 필요할 때 꺼내 쓰는 한도대출 형식이다. 산은과 수은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영구채 5000억원을 인수했고, 한도대출 8000억원, 스탠바이 LC(보증신용장) 3000억원을 제공해 지금까지 모두 1조6000억원을 지원했다. 산은과 수은의 부담 비율은 약 7대 3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동안 한도대출 8000억원을 전액 대출받아 사용했고, 최근 스탠바이 LC 3000억원을 쓰기로 결정했다. 이번 1조7000억원 지원 결정으로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최근 미국 정부는 HDC현산과 아시아나항공 간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영업 중인 6개국 중 러시아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승인 절차가 마무리된 셈이다.
하지만 HDC현산은 잔금을 치르기 위한 아시아나항공의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 등의 계획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애초 HDC현산은 기업결합 승인이 종료되는 즉시 아시아나 유상증자에 참여해 산은과 수은에서 빌린 차입금 1조1700억원을 상환할 예정이었다. 이와 별도로 3000억원 규모의 추가 공모채 발행과 인수금융 등을 통해 부족한 인수자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었지만, 관련 절차는 아직 진행하지 않고 있다.
또 수은은 이날 확대여신위원회에서 두산중공업의 5억달러(약 5868억원) 외화 채권을 대출로 전환해주는 내용도 의결했다. 앞서 두산중공업은 오는 27일 만기가 돌아오는 5억달러 외화 채권을 대출로 전환해달라고 수은에 요청했다. 두산중공업이 갚지 못하면 채권을 지급 보증한 수은이 대신 갚아야 하므로 이번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대출 전환으로 수은의 두산중공업 대출 잔액은 1조4000억원으로 늘었고 대신 보증 잔액은 5000억원으로 줄었다. 두산중공업은 2017년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 추진 직격탄을 맞아 쭉 하향세를 걷다 코로나19 여파로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앞서 수은과 산은은 지난달 26일 5대 5 부담으로 두산중공업에 1조원을 긴급 지원했다. 이후 두산그룹은 지난 13일 두산중공업 재무구조 개선계획(자구안)을 채권단에 전달했다. 외화채권 대출 전환에도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두산중공업의 차입금 규모는 4조2000억원이다. 회사채 1조2500억원, 국책은행 대출 1조1000억원, 시중은행 7800억원, 외국계 은행 3600억원, 기업어음(CP)·전자단기사채 등 7000억원 등이다.
김희원·박세준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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