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사진) 할머니가 6일 대구의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인 희움 역사관에서 열린 ‘2020 대구·경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제’에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을 또다시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날 이 할머니는 앞서 고인이 된 25명의 할머니들 앞에 술잔을 올리며 “언니들, 제가 여태까지 이렇게 할 일 못 하고 이렇게 울고 있다”면서 “나는 끝끝내 이 원수를 갚겠다”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이 할머니는 대구에 남은 유일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로, 지난 달 7일과 25일 두 차례에 걸쳐 기자회견을 열고 윤 당선인과 정의연의 회계 부정 의혹 등을 거론하며 이들이 수요집회 후원금 등을 할머니들을 위해 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추모제는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이 주최한 것으로, 시민모임은 매년 6월6일을 대구 경북 일본군 피해자 추모의 날로 정해 세상을 등진 위안부 피해자들을 추모해오고 있다.
이 할머니는 이날 “수요일 데모(수요집회를 지칭) 이거는 없애야 한다. 정신대대책협의회(정의연의 전신, 줄여서 ‘정대협’)도 없애고”라면서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저 하늘나라로 가야 우리 먼저 간 언니들한테 말을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미향 의원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한다며 한쪽 눈을 실명한 김복동 할머니를 끌고 온 데를 다녔다”며 “언니들 내가 해결하겠다. 언니들 모든 사람, 세계의 사람들한테 복을 주고 행복을 주길 바란다. 사랑한다”라고 말하며 흐느꼈다.
이 할머니는 또 “조금 전에 여기 술잔을 부은 변호사가 있다. 우리를 26년이나 팔아 먹은 악인이다. 어디 여기 와서 술잔을 부어. 건방지게. 언니들 나는 끝끝내 이 원수를 갚을 것”이라며 흐느꼈다. 이 발언은 시민모임 이사이자 2000년대 초반 시민모임 대표를 지낸 대한변호사협회 일제피해자인권특별위원장 최봉태 변호사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변호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할머니를 잘 아는 측근으로 꼽혔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 30여년간 위안부 및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을 대리해 왔으며, 한·일협정 문서공개 소송 등에서 이 할머니를 원고로 앞세워 승소한 바 있다.
이날 이 할머니는 정대협, 정의연에 이어 시민모임도 맹비난했다. 그는 “시민모임을 누가 만들었나. 최 변호사가 만들었다. 이 사람(최 변호사)이 시민모임을 26년이나 해오면서 아무 것도 도와준 적이 없다”고 했다.
또한 이 할머니는 안이정선 전 시민모임 대표를 겨냥해서도 “지난 6년 동안 대표를 유임하면서 (위안부 문제 해결하려) ‘미국에 같이 가자’고 해도 한 번도 따라가 주지 않았다”면서 “정대협과 시민모임에 30년 동안 (할머니들이) 당했다”고 격앙된 어조로 비판을 이어갔다.
이날 이 할머니의 ‘호통’에 최 변호사는 행사 도중 자리를 떠났다.
이 할머니는 이날 희움역사관을 나서며 윤 의원에 대해 “할 말이 없다. 죄를 지었으면 죄(벌)를 받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며 “(윤미향의) 기자회견은 보지 않았다. 뭐하려고 보나?”라고 일갈했다.
이날 ‘성토의 장’이 돼버린 위안부 추모제는 이 할머니를 측근들이 달래며 급하게 마무리됐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대구·경북 지역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27명이 공식 등록됐으며, 현재 대구에 이 할머니가, 경북 포항에 할머니 1명만이 생존해 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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