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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한국, 4·27회담서 北에 CVID 동의 압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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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6-22 03:30:18 수정 : 2020-06-22 03:3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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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2018년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그해 6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동의하도록 압박했다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장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23일(현지시간) 출간 예정인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서 북미 비핵화 외교를 ‘한국의 창조물’이라고 지칭하며 2018년 6·12 첫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과 사전 협의를 진행한 과정을 상세히 적었다.

 

그는 제재 해제 전 ‘북한의 선 비핵화’를 뜻하는 ‘리비아 모델’을 요구할 정도로 대북 강경론을 고수했던 인물로, 이 책에서 당시 한국의 접근법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볼턴 전 보좌관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다가올수록 낙담하고 회의적으로 됐다며 북한의 시간 끌기에 말려들고 ‘위험한 양보’를 할 수 있는 데다, 회담까지 할 경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정당성을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 모든 외교적 판당고(스페인의 열정적인 춤 이름)가 한국의 창조물이었다”며 “북한이나 미국의 진지한 전략보다는 한국의 통일 어젠다에 더 많이 관련돼 있었다”고 말했다. 또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에 대한 한국의 이해는 미국의 근본적인 국익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볼턴 전 보좌관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세 차례 워싱턴 방문을 비롯한 협의 내용,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 내용을 책에 소개했다.

 

회고록 내용에 따르면 그는 2018년 4월12일 정 실장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그달 27일 예정된 남북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한미일 균열을 유도하는 것을 피하도록 비핵화에 대한 논의를 피하라고 촉구했다.

 

정 실장은 같은 달 24일 남북공동선언은 2쪽짜리일 것이라고 전했고, 비핵화에 관해 매우 구체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여서 안심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4·27 남북공동선언에는 비핵화 관련한 내용이 온건하게 들어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튿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해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겠다며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고 전했지만 볼턴 전 보좌관은 북한의 또 다른 ‘가짜 양보’라고 생각했다.

 

문 대통령은 또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에서 남북미 3자 회담 직후 북미 정상이 회담할 것을 주장했지만 볼턴 전 보좌관은 이를 문 대통령의 ‘사진 찍기용’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또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넋이 빠진 것처럼 보였고 심지어 김 위원장과 회담을 5월 중순으로 제안하기까지 했지만, 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1년 내 비핵화를 물었고, ‘그’는 동의했다고 적었다. 여기서 그는 맥락상 김 위원장인 것으로 보인다.

 

이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을 칭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이 모든 것에 있어서 얼마나 책임감이 있는지 한국 언론에 알려달라고 말했다.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중동에서 전화 통화를 들었는데 심장마비가 온다는 농담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멸을 표현했고 볼턴 전 보좌관 역시 죽음에 가까운 경험이었다고 적었다.

 

책에는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상 수상 후보로 추천하겠다고 말했다는 대목도 나온다. 시점이 언제인지 정확히 나와 있지 않지만 4월 남북정상회담 이후인 것으로 추정된다.

 

정 실장은 5월4일 세 번째로 워싱턴을 방문해 판문점 회담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제공했다. 판문점 회동에서 한국은 김 위원장에게 ‘CVID’에 동의하도록 밀어붙였고, 김 위원장은 이에 따르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빅 딜’에 이르면 구체적인 것은 실무 수준에서 논의될 수 있다고 촉구하면서 북한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비핵화를 완수한 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적었다. 김 위원장은 이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정 실장은 전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싱가포르를 결정하는 과정도 소개됐다. 김 위원장은 애초 평양이나 판문점을 희망했지만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전 보좌관은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는 데 동의했다.

 

대신 폼페이오 장관은 제네바와 싱가포르를 가장 수용가능한 선택으로 봤지만 김 위원장은 비행기 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비행기는 이 두 곳을 갈 수 없는 데다 김 위원장은 평양에서 너무 멀리 가길 원치 않았고, 이 사정을 근거로 볼턴 전 보좌관은 이 회담이 불발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문 대통령은 그해 4월28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 때 김 위원장이 회담 장소로 싱가포르를 선호한다고 말했고, 장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적었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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