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에 들어온 러시아 선박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다수 발생했다. 이들과 접촉한 국내 노동자들이 많은 데다 작업 여건상 마스크도 제대로 쓰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나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22일 국립부산검역소와 부산항운노조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부산 감천항에 정박 중이던 러시아 국적 냉동 화물선 승선자 21명 중 16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부산검역소 측은 1주일 전쯤 발열 증세가 나타나 러시아 현지에서 하선한 이 선박의 전 선장이 러시아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선박 대리점 신고를 받고 이 배의 승선자들을 대상으로 검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 당국은 전 선장으로부터 집단감염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 선원들은 현재 모두 선내에 격리된 상태로 대기하고 있다.
하역 작업 등을 위해 이 선박에 올랐던 부산항운노조원과 선박 수리공 등 약 160명도 조합원 대기실 등에 긴급 격리됐다. 이 중 34명은 1차 밀접 접촉자로 분류됐다.
특히 러시아 선원들과 접촉한 부산항운노조원들은 선박 내 냉동고 온도가 영하 25도에 달하는 등 작업 여건상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육상 조합원 역시 날씨가 워낙 무더워 작업 과정에서 마스크 착용이 어려웠다고 한다.
해당 선박은 전날 부산 감천항에 입항한 뒤 이날 오전까지 하역 작업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로 입항한 외국 국적 선박에서 이같이 다수의 감염자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부산항운노조는 서구 보건소, 해양수산부와 부산해수청, 부산항만공사 등과 비상대책반을 가동해 대응 중이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