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 등으로 악화한 한·일 갈등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관여하지 않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회고록에서 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23일(현지시간) 발간 예정인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에서 지난해 7월 말 한·일 양국을 차례로 방문한 일을 다루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문 대통령에게 (한·일) 분쟁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 어떤 계기로 문 대통령에게 이런 말을 했는지는 설명이 없었다.
당시 볼턴은 7월20일 출국해 한·일 양국을 연쇄 방문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양국 간 갈등이 악화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연장하지 않을 가능성을 특히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소미아 하에서 양국은 필수 군사정보와 다른 민감한 정보를 공유해 상호 군사협력을 강화할 수 있었으며, 이는 미국의 안보 이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만약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통고한다면 (한·미·일) 3국의 역내 방어태세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며, 당시는 좋은 시점이 아니었다”고 돌아봤다. 볼턴은 지소미아 종료를 막기 위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한·일 양국이 한달간 분쟁중지협정(standstill agreement)을 맺을 것을 제안했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한·일 갈등 관련 보고를 받고 오히려 한·일의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할 기회로 여겼다고 볼턴은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연 80억달러, 한국에 50억달러 방위비를 받는 것을 강조했으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언급하면서 “지금 (한·일에) 돈을 요구하기 좋은 때”라고 말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7월1일 일본의 수출규제로 악화한 한·일 관계는 그해 8월22일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발표로 이어졌다. 한국 정부는 두달 뒤 지소미아 종료를 조건부 유예했으나 그후로도 양국 관계는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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