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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질산암모늄 관리 소홀”… 트럼프 “폭탄에 의한 공격”

입력 : 2020-08-06 06:00:00 수정 : 2020-08-06 02: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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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루트 대형폭발 참사… 사고 원인 분분
원폭과 같이 버섯구름 도심 삼켜… 큰 충격파 규모 4.5지진과 맞먹어
주변 건물들 무너지고 ‘아비규환’ 질산암모늄 폭발성… 테러 활용도
당국 “안전 조치 없어… 책임 물을 것” 트럼프 “끔찍한 공격… 軍 잘 알 것”
사실 땐 중동정세 대혼란 불 보듯
참혹한 현장 4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항구 창고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로 100명 넘는 사망자와 4000여명의 부상자가 나온 가운데, 구조대가 부상당한 시민들을 이송하고 있다. 베이루트=AFP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오후 6시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항구에서 귀를 찢는 듯한 폭발음과 함께 한 창고에 불이 솟구쳐 올랐다. 일부 시민들은 지진이 일어났다고 생각할 정도로 지축을 흔드는 강한 진동과 함께 원자폭탄이 터진 것처럼 연기 구름이 버섯 모양으로 상공에 부풀어 올랐다. 충격파는 약 10㎞ 반경 베이루트 시내를 덮쳐 주변 빌딩이 무너지고 자동차가 뒤집혔다. 마완 아부드 베이루트 시장은 “(원자폭탄이 투하된) 히로시마에서 일어난 폭발 같았다”고 말했다. 이 사고로 100명 이상 숨지고 4000여명이 다쳤으며 사상자는 계속 늘고 있다.

요르단 지진관측소는 폭발로 인한 충격파가 규모 4.5의 지진과 맞먹는다고 추정했다. 레바논에서 최소 160㎞ 떨어진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에서도 폭발음이 들릴 정도였다고 외신은 전했다. 폭발 후 검은 연기는 이웃 국가인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까지 퍼져나갔다.

4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항구 창고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로 100명 넘는 사망자와 4000여명의 부상자가 나온 가운데, 구조대가 부상당한 시민들을 이송하고 있다. 베이루트=AFP연합뉴스

레바논 당국은 베이루트 항구 창고에 장기간 대량으로 적재됐던 인화성 물질 질산암모늄의 관리 소홀로 인한 사고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폭발이 발생한 베이루트 항구 창고에는 약 2750t의 질산암모늄이 아무런 안전조치 없이 6년간 보관돼 있었다”면서 “이번 재앙에 책임 있는 자들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2013년 9월 베이루트 항구에 질산암모늄을 실은 러시아 회사 소유의 배가 정박했으나 레바논 당국자들이 항해를 막는 바람에 선주가 배를 포기했다. 세관 측은 2014년 6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최소 5차례 하역한 질산암모늄을 계속 항구의 창고에 두면 위험하다면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결정해 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법원에 보냈지만, 법원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뭉갰다는 것. 레바논의 고위 관료들은 질산암모늄의 저장 사실과 위험성을 충분히 알았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농업용 비료인 질산암모늄은 가연성 물질과 닿으면 쉽게 폭발한다. 액체에 쉽게 녹는 흰색 고체로, 대부분 환경에서는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지만, 고온에선 질산암모늄끼리 결합해 일종의 ‘막’이 만들어진다. 가열될수록 막 안에서 가스가 형성되고 부풀어 올라 막을 뚫고 나오면서 폭발이 일어난다. 폭발성이 강해 채광, 건설업용 폭약인 ‘안포’(ANFO)의 주원료로도 활용된다. 값싸고 구하기 쉬워 폭탄 제조에도 쓰인다. 1995년 168명의 사망자를 낸 미국 오클라호마시티 정부건물 폭탄 테러, 1996년 200명이 다친 북아일랜드 무장조직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영국 맨체스터 테러 등 다수 테러 사건에 질산암모늄 비료가 함유된 폭탄이 사용됐다고 스카이뉴스는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폭발참사를 ‘폭탄을 이용한 끔찍한 공격’으로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그것은 공장 폭발 같은 사고가 아니었다”며 “그들(군 장성들)은 공격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일종의 폭탄이었다”고 밝혔다. 레바논에서 수년간 활동했다는 로버트 베어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은 5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단지 질산암모늄이 아니다”라며 “(폭발 영상에서) 오렌지색 화염구를 볼 수 있는데 이는 분명히 군사용 폭발물이 폭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맞다면 중동 정세에 큰 혼란이 예상된다. 레바논에선 2005년 2월14일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가 트럭 폭탄 공격으로 사망한 후 15년간 13건에 달하는 폭발 공격이 이어졌다. 대부분 이슬람 종파 간 갈등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CNN방송은 미 국방 당국자들이 ‘공격’의 징후는 없다고 말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일축했다. 한 당국자는 “누군가 해당 지역에서 이 정도 규모의 일을 벌였다는 징후가 있다면 보복 공격에 대한 우려에 따라 역내 미군 병력 및 자산에 대한 부대 방호 강화가 자동으로 이뤄졌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런 일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레바논은 면적 약 1만400㎢의 한국 경기도와 비슷한 작은 국가다. 인구 약 680만명 중 2011년부터 내전 중인 시리아 난민이 150만명, 팔레스타인 난민이 50만명이다. 1943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해 1975년부터 기독교와 이슬람 세력의 내전으로 국토가 황폐화됐고, 장기간 경제위기로 실업률은 50% 가깝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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