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이른바 ‘시무7조 상소문‘이 28일 동의 인원 20만명을 돌파했다. 청와대가 정한 기한 내에 동의자가 20만명을 넘어선 만큼 답변해야 할 의무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을 향한 쓴소리에 해당하는 이 시무7조 상소문에 어떤 대답을 할지 주목된다.
‘진인(塵人) 조은산이 시무 7조를 주청하는 상소문을 올리니 삼가 굽어살펴주시옵소서’라는 제목의 청원 글은 한마디로 문재인정부의 폭정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글을 쓴 ‘조은산’은 과거 노무현정부를 지지했던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 밑에서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냈다.
글은 문 대통령을 임금에 비유해 조선 시대에 신하가 임금에게 올리는 상소문 형식으로 쓰여진 점이 특징이다. 저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워진 현재 상황을 언급하면서 글을 시작한다. “백성들의 삶이 이러할 진데 조정의 대신들과 관료들은 국회에 모여들어 탁상공론을 거듭하며 말장난을 일삼고 실정의 책임을 폐위된 선황에게 떠밀며 실패한 정책을 그보다 더한 우책으로 덮어 백성들을 우롱하니 그 꼴이 가히 점입가경”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어느 대신은 집값이 11억이 오른 곳도 허다하거늘 현 시세 11%가 올랐다는 미친 소리를 지껄이고 있으며 어느 대신은 수도 한양이 천박하니 세종으로 천도를 해야 한다는 해괴한 말로 백성들의 기세에 찬물을 끼얹고 본직이 법무부 장관인지 국토부 장관인지 아직도 감을 못 잡은 어느 대신은 전월세 시세를 자신이 정하겠다며 여기저기 널뛰기를 하고 칼춤을 추어 미천한 백성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그리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천하의 ‘간신배’에 비유한 것이다.
저자는 또 세금 문제를 거론했다. “부유한 것이 죄는 아니거늘 소득의 절반을 빼앗고 부자의 자식이 부자가 되면 안 되니 다시 빼앗고 기업을 운영하니 재벌이라 가두어 빼앗고 다주택자는 적폐이니 집값 안정을 위해 빼앗고 일주택자는 그냥 두기 아쉬우니 공시가를 올려 빼앗고 임대사업자는 토사구팽하여 법을 소급해 빼앗고 한평생 고을 지킨 노인은 고가 주택에 기거한다 하여 빼앗는다”고 문재인정부 조세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비정규직 철폐니 경제민주화니 소득주도성장이니 최저임금 인상이니 세상물정 모르는 것들의 뜬구름 잡는 소리로 기업의 손과 발을 묶어 결국 54조의 혈세를 쏟아붓는 것은 감성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이밖에도 “명분보다 실리를 중히 여기시어 외교에 임하시옵소서” “인간의 욕구를 인정하시옵소서” “신하를 가려쓰시옵소서” “헌법의 가치를 지키옵소서” 등 건의를 했다. 글은 “부디 일신하시어 갈등과 분열의 정치를 비로소 끝내주시옵고 백성의 일기 안에 상생하시며 역사의 기록 안에 영생하시옵소서”라는 문장으로 끝맺는다.
시무7조는 과거 통일신라 시대인 서기 894년 당대의 개혁 정치인 최치원이 나라가 망해가는 것을 한탄해 당시 진성여왕에게 건의했다는 ‘시무 10조’를 응용한 표현으로 풀이된다. 고려 시대인 서기 982년 거물 정치인 최승로가 당시 성종에게 건의한 총 28항의 국가 개혁안도 있는데 이는 ‘시무 28조’로 불린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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