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미사일 등 무기 대만 판매 확대
中 항의에도 군함 대만해협 투입
인민일보, 대만 총통에 전쟁 경고
“사전 통보 안했다고 말하지 말라”
시진핑, 육전대 시찰… 전투력 주문
미국 대통령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의 대중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미·중 갈등이 격화할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맞대응보다는 수위 조절에 나서는 모양새다.
15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며 대만에 무기 판매를 확대하는 등 자극 강도를 높이고 있다.
대만 국방부는 지난 14일 미국 군함 한 척이 대만해협을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동해 지나갔다고 밝혔다. 중국은 대만해협을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며 미 군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할 때마다 항의해 왔다. 하지만 미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올해 들어 총 10차례 대만해협에 군함을 투입해 중국을 견제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행했다.
미 정부는 최근 7종류의 무기를 대만에 판매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인 슬램이알(SLAM-ER), F-16 전투기 부착용 데이터 링크, MQ-9 리퍼, 하푼 대함 미사일 등 5종류의 무기 판매 승인을 의회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상륙 저지를 위한 수중 기뢰, 대전차 미사일 등의 판매 승인 요청 절차도 조만간 진행될 예정이다.
미 정부는 지난해에도 최신형 전투기와 전차 등을 대만에 판매한 바 있다. 미국이 1979년 중국과 수교와 동시에 ‘하나의 중국’ 원칙으로 대만과 단교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후 이 원칙은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도 확대하고 있다.
이번에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馬雲)이 지분 50.5%를 보유한 핀테크 전문 금융 자회사 앤트 그룹이 대상이다. 앤트는 전 세계 9억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앤트가 수출규제 명단에 오르면 미국 기업들이 하이테크 제품을 중국에 수출하기가 어려워져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미 국무부는 또 반중 시위 탄압을 문제 삼아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등 제재 대상 인사 11명과 중요한 거래를 한 금융기관을 6개월 이내에 색출해 ‘제3자 제재’(세컨더리 보이콧)하겠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미국의 이 같은 전방위 공세에 중국은 겉으로는 단호하게 맞서는 듯하지만 대응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미국의 대선 결과를 보자는 관망 분위기가 깔려 있다.
대신,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대만 차이잉원 총통 정권을 향해 전쟁 예고 수준의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인민일보는 “양안 인민 모두 무력충돌이 일어나기를 바라지 않지만 만약 전쟁이 발발하면 그것은 모두 ‘대만 독립’ 때문”이라며 “정세를 조속히 인식하고 일찍 손을 거둬들여 죄를 뉘우치고 잘못된 길을 돌아 나오기를 바란다. 이를 사전에 일러주지 않았다고 말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사전에 일러주지 않았다고 말하지 말라(勿謂言之不豫也)’라는 표현은 중국 외교 용어 중 가장 수위가 높은 문구다. 앞서 중국과 인도가 국경 갈등으로 전쟁을 개시하기 하루 전날인 1962년 9월 22일 인민일보 사론(社論)에 이 표현이 등장했다.
이와 함께 시진핑 국가주석이 광둥성에서 인민해방군 해군 육전대(해병대)를 시찰한 후 중국이 상륙부대의 합동작전 훈련을 늘리는 등 전투력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보도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이 2017년 2만명에 불과하던 육전대 병력 규모를 10만명까지 확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육전대는 대만 침공이나 미국, 주변국과 마찰을 빚은 남중국해 등의 유사시에 선봉대로 투입되는 부대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