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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공시가 현실화, ‘깡통 탈세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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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0-29 23:24:19 수정 : 2020-10-29 23:3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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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보유계층 세 부담 상승
부유층에 ‘독박’… 당정 태도 유감

정부가 드디어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라는 칼을 꺼냈다.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의 골자는 공시가격을 시가의 80%와 100% 사이까지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현재 부동산 공시가격은 시가의 65.5%(토지), 53.6%(단독주택), 69.0%(아파트)다. 정부가 현실화율을 80%로 잡는다고 하더라도 최소 11.0%포인트(아파트)에서 26.5%포인트(단독주택) 정도 과세표준이 올라가게 된다. 10억원짜리 부동산이라고 하면 최소 1억1000만원에서 2억6500만원 정도 과세표준이 더 올라간다. 주택의 경우 재산세율이 가격에 따라 0.1%(6000만원 이하)에서 0.4%(3억원 이상)이니 10억원짜리 아파트라고 하면 재산세만 연간 400만원 늘어나는 셈이다. 여기다가 0.5%에서 2.7%에 이르는 종합부동산세 부담까지 합친다면 세 부담은 엄청나게 늘어난다. 만약 현실화율을 80%가 아닌 90%로 잡으면 재산세나 종부세 부담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게다가 의료보험료 부담이나 국민연금 보험료 부담도 따라서 올라가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공시가격 상승으로 기초생활보장과 같은 정부의 각종 혜택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게 된다.

물론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가 당장 실시되는 것은 아니다. 2025년까지 현실화율을 점진적으로 올리고 또 중산서민층의 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리며 재산세율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정부도 여당도 민심이반을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 경제학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어놓는다고 하더라도 모든 부동산 보유계층에서 세 부담이 당장 올라가는 것은 확실하다. 저가주택은 덜 올라가고 고가주택은 많이 올라가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게다가 해가 갈수록 세 부담은 점점 더 커지게 되어있다. 그 사이에 만약 집값이 급등한다면 저가주택에서 중산층 혹은 부유층으로 분류되면서 더 높은 재산세와 종부세 과세대상이 되는 것도 불가피하다.

주택 보유자들은 앞으로 10년 동안 단 한 해도 줄지 않고 계속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만 하는 재산세와 종부세 부담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이다. 그 숫자는 줄잡아 수십만명에서 100만명에 달할지도 모른다. 가족까지 합하면 수백만명은 족히 될 것이다. 이들 부동산 보유자의 상당수는 이미 은퇴하여 근로소득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다. 세금을 납부할 능력이 전혀 없다. 달랑 집 한 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깡통 탈세자’로 전락할 공산이 매우 크다.

공시가격을 어떻게 결정하는지도 중요하다. 지금은 국토교통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여 고시한다. 일반인은 아무도 그 결정 공식을 모른다. 전국의 약 1800만주택과 수억필지의 토지를 1000명 남짓한 인원으로 구성된 국토교통부에서 매년 산정한다니 그것이 정확한들 얼마나 정확하겠는가? 정확하지도 않고 모순투성이인 공시가격에 대해 국민들이 눈감아왔던 이유는 그나마 현실화율이 그동안 낮아서 그런 것이다. 그러나 이제 공시가격을 시가의 80% 혹은 90%로 올려서 고혈 같은 국민 세 부담이 그것 때문에 꼬박꼬박 늘어난다고 하면 납세자들이 그냥 가만 앉아서 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당장 공시가격 결정 근거에 대한 빗발치는 공개 요구가 있을 것이고 이의와 불복이 불붙듯 일어날 것이다.

서민만 사람으로 보는 정부·여당의 태도도 심히 유감이다. 부유층은 무슨 죄를 지었기에 허구한 날 세금 부담의 독박을 덮어씌운단 말인가. 그동안 국가세금은 누가 부담해 왔는가. 서민층인가 중산 이상의 소득층인가. 555조8000억원이나 되는 2021년 내년 예산 중에서 서민이 얼마를 부담하며 중산층 이상이 얼마를 부담하는지 계산이라도 해 봤는가. 2020년 2분기만 놓고 보면 최하위 20% 가구의 경상조세가 가구당 1만8000원인데 최상위 20%의 조세부담은 그 30배인 52만8500원이었다. 중산층 이상이 내는 세금으로 서민층을 돕는 구조라면 일말의 고마움이라도 표현해야 인간다운 도리일 텐데 이것도 모자라 앞으로 10년 동안 계속해서 부동산 부담을 더 지우겠다는 이 정부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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