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4만명 참가 계획…85년 홋카이도 훈련 후 최대급
일본 자위대가 동중국해에서의 위기 상황을 상정해 14만 병력이 참가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육상자위대는 동중국해 난세이(南西)제도에서 유사(有事) 사태가 벌어지는 것에 대비해 약 14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훈련을 내년에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30일 보도했다. 지난해 3월 말 기준 육상자위대 자위관 정원은 15만834명이어서 훈련이 성사될 경우 사실상 전체 인력이 동원되는 대규모가 될 전망이다.
난세이제도는 제주도 남방 규슈(九州) 남부에서 대만 북동쪽에 걸쳐 있는 도서(島嶼群)를 말한다. 북쪽에서부터 남쪽으로 오스미(大隅)제도, 도카라열도, 아마미(奄美)군도, 오키나와(沖繩)제도, 미야코(宮古)열도, 야에야마(八重山)열도가 있다.
일본 자위대가 검토 중인 이런 대규모의 훈련은 냉전이 한창인 1985년 옛 소련의 침공에 대비해 홋카이도(北海道)에서 실시된 것이 마지막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 정부가 약 35년 만에 대규모 훈련을 검토하는 것은 중국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중·일 영유권 분쟁 지역인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제도)에서 일본이 영해로 규정한 수역에 최근 중국 당국 함정이 자주 진입하면서 대응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본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이 훈련에는 2018년 창설돼 일본판 해병대로 불리는 수륙기동단이 참가해 대규모 상륙훈련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사이에 유사 사태 발생에 대한 경계도 있어 보인다. 올해 중국 전투기 최소 49대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대만 측에 진입시키는 등 위협 수위를 높였고, 미국이 대만에 지대함 미사일을 매각하는 등 맞대응에 나서면서 1990년대 중반 대만해협 위기 이후 긴장이 가장 높은 수준에 달했다고 신문은 진단했다.
기시 노부오(岸信夫) 일본 방위상은 이와 관련해 지난 28일 민영 위성방송인 BS아사히(朝日)에 출연해 “우발적인 사고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도 있을지 모른다”며 자위대도 온갖 사태에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내비쳤다.
대만에 유사 사태가 벌어지면 댜오위다오가 포함된 등 난세이제도도 분란에 휘말릴 수 있다. 전직 육상자위대 간부는 이와 관련해 “대만 유사 사태 징후가 있으면 부대를 신속하게 난세이제도에 전개해야 한다. 현역 시대에도 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