母 인도 출신… 첫 아시아계 기록도
젊은 이미지로 바이든 단점 보완
바이든, 흑인시위 소극적 행보 때
적극적인 지지로 표심 사로잡아
4년 뒤 유력 대선 후보 될 가능성
“나는 이 직책(부통령)에 앉는 첫 번째 여성이 되겠지만, 마지막은 아닐 것이다. 오늘 밤을 지켜보는 모든 소녀는 이곳이 가능성의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당선인은 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대선 승리를 알리는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별과 관계없이 우리나라 어린이들에게 이 나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며 “(그것은) 야망을 품고 꿈꿔라. 신념을 갖고 이끌어라. 그리고 단지 그전에 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남들이 생각하지 않을 방식으로 너 자신을 보라. 그러나 우리가 너의 모든 발걸음마다 박수를 보내리라는 것을 명심해라”고 격려했다. 또 유권자들에게는 “여러분은 희망과 통합, 품위, 과학, 그리고 진실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역사적 지명”… 미국의 첫 번째 여성 부통령
해리스는 자체로 역사가 됐다. 미국의 첫 번째 여성 부통령이자 흑인 부통령, 아시아계 부통령이라는 3가지 기록을 당선과 동시에 세웠기 때문이다. 그는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자메이카인 아버지와 인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트위터에 해리스 당선인에 대해 “당신의 성공은 새로운 길을 열었다(pathbreaking)”며 “당신의 치티(chittis·타밀어로 이모나 고모)뿐 아니라 모든 인도계 미국인들의 자부심”이라고 축하했다.
해리스 당선인이 워싱턴 정계에 발을 들인 건 2017년 캘리포니아주를 대표하는 상원의원이 되면서다. 그때만 해도 그는 검사와 주법무장관을 지내고 중앙무대로 갓 진출한 새내기였다. 그러다 지난해 1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 선언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해리스는 그해 6월 첫 TV토론에서 과거 인종차별주의 성향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협력했던 바이든 후보의 이력을 들추는 등 맹공을 펼쳐 유권자들의 눈에 띄었다.
지난 8월 해리스가 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되자 워싱턴포스트(WP)는 “역사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해리스의 수락연설에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쟁쟁한 ‘여성파워’들이 찬조연설자로 나서 세를 과시했다.
결과적으로 해리스를 지목한 바이든의 선택은 성공적이었다.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으로 인종차별이 대선 주요 이슈로 떠오르자, 바이든이 중도 백인 표심을 의식해 소극적인 행보를 보일 때 해리스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적극 지지하며 흑인 표심을 잡았다.
아시아계도 해리스를 전폭 지원했다. 전국 아시안아메리칸태평양계연합(AAPI)이 주최한 화상 토론에서 주디 추 하원의원은 “해리스가 가장 높은 유리천장 중 하나를 부수는 것을 보는 것, 그리고 백악관에 아시아계 미국인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아주 놀라운 일”이라며 지지를 보냈다.
◆관행 깨는 모습에 젊고 활발한 이미지
스키니진에 컨버스 운동화를 신고 대선 유세에 나선 해리스의 젊고 활발한 모습은 최고령 대통령을 뽑는 이번 대선에서 유달리 부각됐다. 지난 9월 위스콘신 유세에서 이런 복장으로 시민들과 만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은 조회 수가 800만회를 넘으며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요리가 취미인 해리스는 요리하는 영상을 자주 공개한다.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의식해 ‘집안일’에 대한 언급을 꺼리는 기존 여성 정치인과 대조적이다. 사상 첫 세컨드젠틀맨이 된 변호사 출신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도 티셔츠와 청바지, 아디다스 운동화를 신고 유세를 적극 도와 해리스 캠프의 ‘비밀병기’로 불렸다. 유세장에서 록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그의 모습은 소셜미디어 등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4년 전 힐러리 클린턴이 깨지 못한 가장 높은 ‘유리천장’을 해리스가 깰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고령인 바이든 당선인이 81살이 되는 4년 뒤 재선에 도전하지 않으면, 그때에도 50대(59살)인 해리스는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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