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법·국정원법 이어 ‘입법독주’
더불어민주당이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에 대한 야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강제 종료하고 해당 법안을 14일 강행처리했다.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와 임시국회에서 174석이라는 압도적인 의석수를 등에 업고 야당의 반대와 비판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쟁점 법안 대부분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재석의원 187명 전원 찬성으로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가결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해당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강제 종결 동의서를 표결에 부쳐 찬성 187표를 확보해 의결정족수(5분의 3, 180석)를 채웠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강행 처리에 반발해 표결에 불참했다.
이로써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과 국정원법,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등에 대한 반론이 거대 여당에 의해 모두 조기 종료되면서 해당 법안들은 속전속결 처리됐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정국’이 끝나면 이번 임시국회 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남은 과제를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개정안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대북전단 살포행위 등으로 남북합의서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의원은 “탈북민들이 서울 광화문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빨갱이라고 욕해도 아무도 잡아가지 않는다. 표현의 자유는 얼마든지 보장된다”며 “(접경지역에서의 대북전단 살포를) 제한하는 이유는 군사분계선 인근 주민들이 생계에 위협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행위를 비난하지 않았다면 민주당이 이 법을 만들었겠느냐”며 “이 법은 ‘김여정 하명법’이자 ‘북한 심기관리법’”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앞서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의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서 10시간2분간 반대토론을 했고 같은 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민주주의를 파괴한 세력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외통위 위원들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정권의 반인권적, 위헌적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강행을 비판하는 스미스 의원의 성명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미국 하원 소속 크리스 스미스 의원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어리석은 법(inane legislation)”이라 표현하고 “인도주의 시민단체의 대북 활동을 처벌하고 시민의 자유를 묵살하는 데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또 “한국 헌법과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상 의무를 명백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한국을 감시 대상국 명단(watch list)에 올리겠다”고 덧붙였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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