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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는다더니 제대로 키웠네"…서울 집 장만 12.9년→15.6년

입력 : 2020-12-29 20:42:34 수정 : 2020-12-30 07:3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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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15.6년 꼬박 모아야 서울 집 산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 6억3000만원→7억8000만원으로
KB금융 보고서, 1년 10개월새 1억5000만원 올라
29일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전국 소득 기준 평균에 해당하는 A씨가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2년간 꼬박 모았다면 서울의 평균 가격 주택을 사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줄었을까. 안타깝게도 전혀 줄지 않았다는 게 정답이다. 월급을 모아 서울의 집을 사기는 더 어려워졌다. 중간 소득 계층에 해당하는 소득 3분위 가구가 서울의 3분위 주택을 사는 데 걸리는 시간은 2019년 1월 12.9년에서 2020년 9월 15.6년으로 2년 사이 3년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29일 발표한 ‘부동산 보고서 주거용편’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주택 매매가격은 평균 6.9% 올랐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의 상승률이 9.2%로 상승세를 주도했다.

 

지난해 강력한 규제정책을 담은 12·16 대책에 이어 올해 2월20일, 7월10일, 8월4일, 11월19일 등 24번의 관련 부동산 대책이 나왔지만 시장의 불안정은 계속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과 공인중개사들은 내년에도 폭은 줄겠지만 집값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반 국민도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12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전월보다 2포인트 오른 132를 기록해 2013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숫자가 100보다 크면 1년 후 주택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는 일반인이 많다는 뜻이다.

 

◆주택 매매 수요 지속…30대 ‘영끌’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도 중위 가격을 기준으로 전국 주택가격은 2019년 1월 3억1900만원에서 2020년 11월 3억7565만원으로 5600여만원 올랐고, 서울은 6억3206만원에서 7억8391만원으로 약 1억5000만원 상승했다.

주택 거래량도 전년 대비 가파르게 증가했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주택 거래량은 110만4000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6% 늘었다. 특히 수도권의 매매가 72%나 뛰었다. 이는 최근 수년간 연 거래량(80∼95만건)과 비교해 20만~30만건이나 많은 규모다. 12월까지 더하면 2006년 조사 이래 가장 많았던 2015년의 119만4000건과 비슷할 것으로 관측된다.

 

2019년 하반기부터 급증하던 주택 거래량은 올해 3∼5월 잠깐 소강상태를 맞았지만 6∼7월 급등한 후, 8월 이후 증가세가 다소 둔화한 양상이다.

 

특이한 점은 시기별로 주로 주택을 구매한 연령층이 다르다는 점이다. 2019년 3~6월에는 50대의 비중이 높다가 이후 하반기는 40대가, 올해 3~5월에는 50대와 법인 등이 주로 주택을 구매했다. 마지막 구매 대열에 뛰어든 건 30대다. 30대의 주택 구매는 5월부터 급격히 늘기 시작한 뒤 9~10월에 다소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며 시장을 주도했다. 지난 9월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 가운데 30대 비중은 27%를 차지했다. 연구소는 집값 상승을 우려한 30대가 소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는) 투자에 나선 것으로 해석했다.

 

전세 시장 불안도 이어졌다. 올해 11월까지 전국 전세가격은 5.4%, 서울 아파트는 10.1% 상승했으며, 특히 8월부터 11월까지 4개월 동안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7.4%를 기록했다.

 

◆내년에도 상승세… 종부세·코로나19 부담

 

부동산 관련 전문가들과 공인중개사들은 내년에도 주택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공인중개사들의 상당수는 내년 주택 매매가격이 1∼3%(수도권 중개업소 30%, 비수도권 32%) 오를 것이라고 답했고, 0∼1% 상승 의견이 두 번째로 많았다. 올해 11월까지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이 6.9%인 점을 고려하면 상승률은 다소 둔화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수도권은 1∼3% 상승할 것이라는 응답이 26%로 가장 많았으나 3∼5%(25%), 5% 이상(21%)으로 보는 의견도 비등했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내년 수도권은 5% 이상 상승할 것이라는 응답이, 비수도권은 1∼3%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향후 주택 매매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세금 부담(24%), 주택담보대출 및 신용대출 규제(18%), 과도한 매매가격 부담(16%),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12%) 등을 꼽았다. 비수도권의 경우 세금 부담(22%)과 코로나19와 경기침체 영향(29%)을 하락요인으로 인식했다.

 

서울 지역의 시세 9억원짜리 주택 2채를 보유할 경우 보유세는 올해 700만원을 시작으로 2024년에는 누적 7500만원이 된다. 강남의 17억원짜리 고가 주택 2채 보유 시 향후 5년간 내야 할 보유세는 3억원에 달한다.

 

서울 강남 3구를 포함한 주요 지역에 3채를 보유한 다주택자의 경우 주택가격이 더 오르지 않더라도 내년 납부해야 할 보유세는 2017년의 약 6배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1주택자의 경우에는 고가 주택 소유자를 제외하고는 세금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1997년 외환위기 당시는 16개월에 걸쳐 전국 주택가격이 9.8%,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52개월에 걸쳐 수도권 주택가격이 3.7% 하락한 바 있다.

 

정부 정책은 내년에도 부동산 시장의 주요 변수다. 연구소는 “일정 기간 후 시장이 재반등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지만 그만큼 정책의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다만 전세가격이 오른 것은 (정책 집행의) 상당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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