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26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수사 의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날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해당 사건을 공수처가 맡아야 한다고 발언한 지 하루 만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자신들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는 해당 사건 수사를 아직 체계도 갖추지 못한 공수처로 넘겨 뭉개려 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권익위는 이날 김 전 차관 사건과 관련해 “신고된 내용이 고위공직자의 부패혐의로 형사처벌을 위한 수사 및 공소제기의 필요성이 있을 경우 공수처 등에 고발 등 수사 의뢰할 수 있다”고 했다. 해당 사건은 현재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가 수사 중이다. 김 전 차관의 긴급 출국금지를 위해 공문서를 위조한 것으로 의심받는 이규원 검사가 수사 선상에 오른 핵심 인물이다.
해당 사건을 공수처가 맡아야 한다는 견해는 여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전날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청문회에서 공수처법 25조2항을 거론하며 김 전 차관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하는 것이 맞는지를 질의했다.
박 후보자는 “현 상태에서 공수처로 이첩하는 게 옳다”고 대답했다. 김 의원이 거론한 조항은 타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 혐의를 포착했을 경우 이를 공수처로 이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사건을 공수처로 넘길 수 있다고 밝힌 국가기관은 권익위가 처음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일 뿐 박 후보자의 견해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권익위는 아울러 “지난 1월 초순경 권익위에 부패·공익신고를 한 신고자가 최근 권익위에 신고자 보호 신청을 했다”고 공개했다. 공익신고자법과 부패방지 권익위법상 공익신고자로 인정받은 신고자는 신분보장, 신변보호, 책임감면 등 보호조치를 받을 수 있다. 권익위는 신고자 면담 등 관련 절차를 거쳐 보호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적반하장을 넘어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며 반발했다. 주 원내대표는 “공익제보를 기밀 유출로 겁박하면서 조직도 못 갖춘 공수처에 사건을 넘겨 뭉개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했다.
배민영·이현미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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