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前여친 사진·성경험 공유
피해자들 우울증… 자퇴·개명까지
女 20% “결별 후 스토킹당했다”
교제 중 성희롱·성폭력도 10%나
전문가 “온라인 성평등문화 필요”
“저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을 내고 다녔어요. ‘남자가 많다’, ’몸매가 어떻다’…. 제 몸 사진까지 뿌렸고요.”
고등학생 A양에게 전 남자친구와의 교제는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을 남겼다. 연인 관계를 정리한 뒤 남자친구는 A양에 대한 성희롱성 발언을 하고 다니며 A양을 괴롭게 했다. 사귈 당시 ‘몸 사진을 보내달라’는 요구에 무심코 보냈던 사진은 전 남자친구의 친구들에게까지 흘러갔다. A양은 “그땐 정말 좋아해서 사진을 보내줬는데 이렇게 될지 몰랐다”며 “우울증이 심하게 와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토로했다.
연애 경험이 있는 여성 청소년 10명 중 2명은 헤어진 연애 상대로부터 스토킹을 당한 적이 있고, 1명은 연인에게 성희롱·성추행 등 성폭력 피해를 겪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청소년들의 성문화가 올바르게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성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연구보고서 ‘남녀 청소년의 또래문화와 젠더의식 격차 비교’에 따르면 초등학교 6학년∼고등학교 2학년 청소년 중 51.5%가 연애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는 지난해 9∼10월 전국 초등학교 6학년∼고등학교 2학년 학생 8921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연애 경험이 있는 여성 청소년 중 21.4%는 전 연인에게 스토킹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고2 여학생의 경우 3명 중 1명꼴인 30.5%에 달했다. 여성 청소년 중 15.7%는 ‘상대방이 나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내고 다녔다’고 응답했고, ‘일방적으로 계속 연락을 하거나 찾아왔다’와 ‘새로운 연애관계를 방해했다’는 응답도 각각 3.3%였다.
A양의 사례처럼 많은 여성 청소년은 연애가 끝난 뒤 ‘성적 낙인’에 시달리고 있었다. 사귀는 동안의 성적 경험이나 몸에 대한 평가, 신체 사진 등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공유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헤어진 연인이 성적인 내용과 욕설을 담아 SNS에 올린 글이 퍼지면서 끝내 학교를 그만두고 개명까지 했다는 사례도 있었다.
연인 사이에 성폭력을 경험했다는 여성 청소년은 10.3%로 파악됐다. 대부분 언어적 성희롱 피해(7.5%)를 겪었지만 △성추행(2.9%) △폭행(1.2%) △신체 촬영(1.1%) △강제·강요에 의한 성관계나 성관계 촬영(0.7%) 등의 사례도 있었다. 고등학생 B양은 “남자친구가 피임을 하지 않고 관계를 강요했다”고 전했다.
학교 성교육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의 청소년은 학교 성교육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고, 원하는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청소년 관련 단체인 탁틴내일의 이현숙 상임대표는 “성교육이 여전히 형식적인 성폭력 예방교육이나 생물학적 부분에 그친 부분이 많다”면서 “사귀는 사이에 입장이 달랐을 때 어떻게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동의를 구해야 하는지 등을 생각해볼 수 있는 ‘포괄적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토킹 피해 등이 주로 SNS를 통해 확산하고, 청소년들이 성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는 창구가 된다는 점에서 온라인 공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10대들에게는 익명에 기반을 둔 사이버 세계의 중요성이 크지만 온라인에선 건강한 (성적) 규범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며 “온·오프라인의 격차를 줄이고 온라인에서도 성평등을 실현할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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