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악화 등 부작용 피해 898명
세차례 걸쳐 손해배상소송 청구
法 “변론 병합 후 심리” 밝혔지만
1년 넘게 기일 못잡아 피해자 고통
성분을 잘못 기재한 채 품목 허가를 받은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를 맞은 피해자들은 언제쯤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을까. 최근 인보사 판매 금지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지만 치료제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은 1년 반이 넘게 첫걸음도 떼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보사를 맞은 3000여명의 피해자 중 900여명이 2019년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인보사 개발사)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1년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피해자 측은 법원 판결이 있은 뒤 재판부에 “기일을 지정해달라”며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앞서 지난 19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는 “인보사 제조·판매를 허용해달라”며 코오롱생명과학이 낸 소송을 원고패소 판결했다.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고 시판된 인보사는 2019년 판매 불가 처분을 받았다. 당초 코오롱은 1액과 2액으로 구성된 인보사 2액 성분이 연골세포라며 품목 허가를 받았지만 추후 2액이 형질전환 신장세포(GP2-293)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GP2-293는 증식성이 강해 종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몸에 투여하는 약물에는 원칙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인보사 판매 금지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인보사를 주사받은 피해자들이 구제받기는 요원한 상황이다. 피해자 901명은 2019년 5월과 7월, 8월 3번에 걸쳐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이 중 3명이 소송을 취하해 현재 898명이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소송이 청구된 지 1년6개월이 훌쩍 지났지만 세 재판 모두 첫 변론기일조차 잡히지 않았다. 같은 사건에 대한 소송이 여러 건 들어온 만큼 재판부가 변론 병합 후 사건을 심리하겠다고 밝혀서다.
변론 병합이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으면서 피해자들이 견뎌야 할 고통의 시간만 길어지고 있다.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엄태섭 변호사(법무법인 오킴스)는 “변론 병합을 이유로 재판이 밀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어려운 일이 아닌데 (재판부에서) 변론 병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측은 행정법원 판결이 나온 다음 날인 지난 19일 세 재판부에 일괄적으로 기일지정신청서를 제출했다. 인보사 품목허가 신청 과정에서 하자가 있었다는 점이 밝혀졌으니 심리를 진행해달라는 취지다.
인보사는 3개월 이상의 약물치료나 물리치료에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는 무릎 골관절염 3기 환자 3000여명에게 집중적으로 투여됐다. 이들 대부분은 ‘연골 재생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700만원의 거금을 어렵게 냈으나 투약 후 통증 악화 등 부작용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2019년 인보사 피해자 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역학조사에 따르면 투약 후 일상생활에 지장이 ‘심하게 있다’고 답한 비율은 38%였다. 투약 전(21%)보다 17%포인트 높은 수치다. 투약 후 통증 빈도가 심하게 있거나 항상 있다고 답한 비율도 60%로 투약 전(45%)보다 15%포인트 높다. 700만원짜리 주사가 외려 통증을 악화시킨 것이다.
최규진 인하대 의예과 교수는 “GP2-293는 인간이 사용할 약에 들어가면 안 되는 것”이라며 “‘증식성’은 ‘발암성’과 연관되는 성격이기에 인체에 들어가는 약에 쓰지 않는 것이 기본 상식”이라고 밝혔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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