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62개 대학 2만7000명 추가모집
수도권·국립대 충원에 지방사립 직격탄
“2024년 신입충원율 94% 못넘어” 전망
지방 대학들 수입 대부분 등록금 의존
재정난 심화 → 수업 질 하락 ‘악순환’
“취업 기회 제공 등 경쟁력 향상 필요”
2021학년도 대입 추가모집 규모가 2만명을 넘어섰다. 학령인구 감소 여파로 16년 만에 최고 수준의 미달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추가모집 결과 수도권 대학의 충원소식에 지방 국립대 학생들이 몰렸다. 이들이 떠난 자리는 지방 사립대 학생들이 노렸다. 정원을 채우기 어려워진 지방 사립대는 재정난 악화에 빠지게 될 전망이다.
28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에 따르면 전국 162개 대학은 모두 2만7688명의 2021학년도 신입생 추가모집을 진행했다. 이는 2005학년도 3만2540명을 모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추가모집은 수시나 정시에서 등록 포기자가 나왔을 때 각 대학에서 정원을 채우는 일을 뜻한다. 수시모집에서 정시모집으로 이월된 인원까지 모집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이 신입생을 충원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수시에 합격·등록한 사실이 없거나, 정시등록을 포기한 경우 추가지원을 할 수 있다. 추가모집이 끝나면 2021학년도 입시는 마침표를 찍고 새 학기가 시작된다.
◆16년 만에 최대…대규모 미달 왜?
전문가들은 학령인구 감소가 대규모 미달사태를 불렀다고 분석했다. 2021학년도 수능의 경우 수험생보다 모집정원이 더 많았다. 4년제와 전문대학의 모집정원은 55만5774명인데 지난해 수능을 치른 수험생은 49만3433명에 불과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물리적인 정시모집 기간이 이틀 줄어든 데다 중간에 설 연휴도 끼어 있어 충원이 원활치 않았던 이유도 있었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대학 정원이 학령인구 감소폭을 따라가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이 컸다”고 설명했다.
학령인구는 꾸준히 줄어들면서 대학의 정원도 이에 맞춰 축소될 전망이다. 정원 감축은 수도권 대학보다 지방의 학교들에서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 문을 닫는다’라는 말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미달 사태, 지방대에 직격탄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지방 국립대보다 지방 사립대에서 미달사태가 심각하게 벌어졌다. 지방 소재 대학들의 경우 2020학년도 8930명을 추가 모집했는데, 올해는 2만3767명을 새로 뽑았다. 1년 새 1만4837명이나 늘어난 것이다. 전체 추가모집 인원 중 지방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85.8%에 이를 정도다.
특히 지방 사립대의 충격이 크다. 2021학년도에 정시로 1348명을 모집했던 대구대는 추가로 876명의 신입생을 뽑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동명대 역시 800명대의 추가 신입생을 모집해야 한다.
지방 사립대는 이미 정시모집부터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종로학원하늘교육 분석 결과 전체 124개 지역대학 중 70개가 넘는 학교(57.3%)에서 미달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학령인구가 줄어서 지방으로 가려는 사람의 숫자가 줄어들었다”며 “반수를 선택하거나 편입을 통해 수도권 대학으로 옮기려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지방대 상황이 더 안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망도 어둡다. 대학교육연구소는 2024년 이후 신입생 충원율이 94%를 넘는 지방 대학교가 단 한 곳도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2037년엔 지역 대학 83.9%가 신입생 충원율 70%를 채우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정원 못 채운 지방 사립대 재정난 악화될 듯
지방 사립대의 대규모 미달사태는 해당 대학의 재정난을 더 악화할 수 있다. 대학 운영비 대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교육연구소가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사립대 학부 등록금 수입 감소액을 살펴본 결과 2024년 지방 대학의 등록금 수입은 2018년과 비교해 25.8%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문제는 이미 지방 사립대의 재정난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사립대학 재정운용 실태 분석’ 보고서를 통해 2018년 141개 4년제 사립대 중 74.5%인 105개 학교가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조사를 처음 시작한 2012년 44개에서 138.5%나 늘어난 것이다. 이후 적자폭은 더 확대됐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일부 사립대의 경우 등록금을 반환했다. 코로나19로 정상적인 수업이 불가능해서다. 올해 역시 등록금 인상은커녕 100%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이 양질의 교육 환경을 조성하려면 재정 뒷받침이 필수적”이라며 “학생 수가 줄면 대학 재정난을 겪게 되고 교직원 채용이나 교육여건에 투자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자금력이 사라진 지방대는 경쟁력이 떨어지고 신입생 선호도 역시 낮아지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지방 대학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며 “취업의 기회가 중요한 시대인 만큼 지방 대학에서는 각종 취업 기회 제공을 적극적으로 홍보에 활용해 학생들을 유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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