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자마자 주먹으로 ‘퍽’ 쳤어요. 제가 다른 애들이랑 조금 다르다고 만만하게 봤던 것 같아요.”
지난 8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A씨는 조금 어눌하지만 분명한 말투로 14년 전 ‘그 날’ 일을 말했다. 그날은 고등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날이었다. 1학년 전체가 모여있는 강당에서 누군가 욕설을 하면서 별안간 A씨의 배를 주먹으로 때렸다. 왜소한 체격에 중증 지적장애를 가진 A씨는 “나는 괴롭혀도 되는 애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런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A씨를 때린 사람은 ‘동하’라는 예명을 사용하는 배우 김형규(29)씨다. 드라마 ‘김과장’, ‘수상한 파트너’, ‘이판사판’ 등으로 얼굴을 알린 그는 최근 종영한 KBS2 드라마 ‘오!삼광빌라!’에 출연했다. 김씨의 학교폭력 의혹은 이달 초 처음 나왔다. A씨가 아닌 다른 이가 김씨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글을 올린 것이다. 해당 글에는 A씨와 같은 학교 졸업생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김씨는) A 이야기가 나오면 다 끝난다”는 댓글을 여러개 올리기도 했다. A씨가 괴롭힘을 당한 사실이 그만큼 공공연하게 알려져있었다는 의미다.
A씨는 1년 넘게 김씨로부터 폭언과 폭행에 시달렸다고 이야기했다. 둘은 같은 반이 아니었지만, 이동수업에서 종종 마주쳤다. A씨는 “복도나 교실, 옥상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때리고 욕을 했다. 일일이 말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몇몇 기억은 어제 일처럼 선명하다. A씨는 “고2 때 김씨가 커터칼을 라이터로 달군 뒤 팔뚝 같은 곳을 지졌다”며 “나 말고 다른 친구도 같은 피해를 입었다”고 회상했다. “옥상으로 불러낸 뒤 기절하기 직전까지 목을 조른 적도 있고, 교실에 있던 의자로 내리 찍은 적도 있어요.” 괴롭힘은 김씨가 2학년때 전학을 가고나서야 멈췄다.
A씨는 최근 김씨가 A씨인 척 글을 쓰려 했다고도 주장했다. A씨는 “학교폭력 글이 나오고 댓글에 내 얘기가 나오니 연락이 왔다”며 “내 장애인등록증으로 ‘인증’을 하고 나인 척 자신에게 우호적인 글을 쓰겠다며 장애인등록증을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가 학교폭력 의혹을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났다”며 “최소한 인정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A씨가 다녔던 학교에 재직했던 한 교사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A씨가 폭행을 당한 사실은 맞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반면 김씨는 의혹을 부인했다. 김씨는 “몇번을 돌이켜 생각해봐도 단 한 번도 누군가를 괴롭히거나 폭행한 적이 없다. A씨와도 나름 친하게 지냈다”며 “데뷔가 빨라 저를 아는 학생들이 많았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고 친구와 싸운 적도 있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서 (다른 학생들도) 오해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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